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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검사 생활?”…‘황제노역’ 고소·고발 사건 5년 뭉갠 검찰

등록 2019-10-03 04:59

광주지검 특수부 허재호 전 회장 ‘봐주기 수사’ 의혹
고소·고발 6건 중 5건 무혐의…1건 참고인 중지 처분
황제노역 수사 검사 영전 후 대거 요직에 재직 ‘눈길’
“‘황제노역’ 검찰 수사 행태를 보면 ‘검찰개혁’ 필요”
검찰 고발 5년 만에 조세 포탈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검찰 고발 5년 만에 조세 포탈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광주지검 특수부는 2015년 7월 허재호(77) 전 대주그룹 회장 고소·고발 사건 6건 중 5건을 무더기로 무혐의 처분했다. 1건은 참고인 중지 처분을 내려 사실상 무혐의 처분을 했다. 일당 5억원의 ‘황제노역’으로 공분을 샀던 허 전 회장은 검찰의 무혐의 결정 사흘 뒤 뉴질랜드로 출국해 귀국하지 않고 있다. 허 전 회장에 대한 고소·고발 사건 처리 추이를 보면 ‘검찰개혁’이 왜 필요한지를 알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허 전 회장 고소·고발 사건 6건 중 2건은 국세청 고발 사건이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01~2003년 대한화재해상보험 차명주식을 매각하면서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은 혐의(조세 포탈)로 허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2015년 주요 참고인의 소재를 찾지 못했다며 수사를 일시 중지한 뒤, 허 전 회장에 대한 출국금지 조처를 해제해 사실상 ‘해외 도피’를 방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시 광주지검 고위 관계자는 “허 전 회장의 출금 조처를 해제하지 않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답변했다.

검찰은 허 전 회장 쪽의 재산 은닉처로 꼽히는 ㈜코너스톤홀딩스에 대한 탈세 수사도 무혐의 처분했다. 국세청은 2015년 ㈜코너스톤홀딩스의 조세 포탈 혐의로 이 회사 대표 전아무개씨를 고발했다. 코너스톤홀딩스가 대한화재보험 매각 당시 대주건설 12개 법인의 부실 채권(13건·1153억원)을 61억원에 낙찰받은 뒤 숨겨놓은 자산을 추심해 최소 1천억원대의 수익을 냈다는 의혹은 여전히 미궁 속에 있다. 당시 광주지검 특수부장으로 이 사건을 지휘했던 신봉수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로 재직 중이다. 신 차장검사는 “‘황제노역’과 관련한 사건은 봐주고 할 사안이 아니었다. 코너스톤홀딩스 탈세 고발 사건도 최대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말했다.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당시 국세청이 반발했다. 광주고검은 서울지방국세청의 항고를 받아들여 2015년 12월21일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지만, 광주지검은 또다시 무혐의 처분했다. 재수사 당시 광주지검 특수부장으로 이 수사를 지휘한 노만석 검사(법무부 감찰담당관)는 지난해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오래된 사건이라 기억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검찰이 허 전 회장을 조세 포탈 혐의로 전격 불구속기소한 것은 지난 7월23일이었다. 검찰 인사가 있기 나흘 전이었다. 허 전 회장과 사실혼 관계로 소재 불명이던 참고인 황아무개씨를 5년 만에 찾아내 수사한 결과도 ‘반쪽짜리’였다. 허 전 회장은 2007년 5~11월께 지인 3명 명의로 보유하고 있던 25억원 상당의 대한화재해상보험㈜ 주식 36만9050주를 판 뒤 발생한 양도소득세 5억136만원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2010~2012년 제3자가 허 전 회장의 차명주식 수십억원어치를 매각한 대금의 향방에 대해선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사건 당시 광주지검 특수부장이던 허정 검사(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는 “국세청이 차명주식 탈세와 관련해 고발한 사안은 모두 조사했다”고 했다. 광주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황제노역’ 사건이 불거진 뒤 검찰은 체납된 벌금만 받아낸 뒤 국내외 재산 은닉 의혹을 밝히지 못하고 허 전 회장의 해외 도피를 사실상 방조한 책임이 크다”고 비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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