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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일깨운 주모·일제 꾸짖은 독립열사·보부상…당당한 강진의 여성들”

등록 2020-09-09 19:09수정 2020-09-10 02:36

강진군 ‘강진여성인물사’ 10명 발굴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 책 발간
사진 강진군 제공
사진 강진군 제공

전남 강진군이 기초단체로는 전국 처음으로 지역 여성의 행적을 조명한 <강진여성인물사>를 발간했다.

강진군은 9일 “근대 역사에 뚜렷한 발자국을 남긴 지역여성 10명의 생애을 정리해 300쪽짜리 책으로 500부를 펴냈다. 수행한 역할은 위대했어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분들을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이 책에는 다산 정약용과 대화했던 주모를 비롯해 독립운동가, 농촌교육자, 문화예술인, 상인 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 가운데 강진읍성 동문 밖 주막인 사의재의 이름 모를 주모는 19세기 초반 강진 백성들의 성향을 가늠하게 해주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주모는 1801년 강진에 유배 온 다산한테 선뜻 방을 내어주며 마음을 연다. 이어 사고의 틀을 깨는 질문을 던져 다산을 충격에 빠뜨린다. 다산은 이 문답의 내용을 잊을세라 <여유당전서>에 꼼꼼하게 기록해 후세에 남겼다. “부모의 은혜는 다 같지만 어머니의 수고가 더 많다. 아버지는 종자요, 어머니는 토양이다. 그런데 성인은 아버지만 소중히 여기고 어머니는 가볍게 여긴다. 왜 여성은 더 존중되지 않는 것인가.”

독립운동가 박영옥 열사는 1919년 4월4일 강진읍 장터에서 열린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했다가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부모 잃은 자식이 부모를 찾는 것이 당연하 듯이, 나라 잃은 사람이 조국을 찾겠다는데 무슨 죄를 따지느냐”고 소리칠 정도로 당당했다. 양노린 수녀는 1960년 사랑의씨튼수녀회 소속으로 미국에서 강진으로 건너왔다. 성요셉여중고를 세우고 40여년 동안 영어를 가르치는 등 농촌교육에 헌신해 제자 1만여명뿐 아니라 주민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았다. 상인 신순덕은 병영상인의 도전정신을 물려받아 일제 강점기에 중국 만주까지 진출하는 등 기개를 떨쳤다. 보부상이었던 이물은 주변 오일시장을 주름잡은 뒤 읍내에서 가장 컸던 잡화점 명신상회를 열어 성공을 거뒀다. 무형문화재 23호(가야금 병창과 산조) 함동정월은 드라마 <춤추는 가얏고>(1990)의 모델이 될 만큼 신산스러운 인생을 살면서도 전통문화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았다.

저자인 주희춘(54·<강진일보> 대표)씨는 “한 분 한 분의 삶이 감동적인 드라마였다. 2년 동안 준비했지만 기록이 부족해 구술을 받고 자료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 10명을 시작으로 더 많은 여성들의 생애가 발굴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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