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출신 의병장 이지득이 명군한테 군량을 대고, 가족과 노비 모두 의병에 참가했다는 내용을 담은 암행어사 등의 보고서. 전남도청 제공
“임진왜란 때 김덕령 고경명 김천일…, 대한제국 때 최익현 기삼연 안규홍…”
전남도는 9일 “임진왜란과 국권침탈 등 국난 때마다 투철한 정의감으로 결사 항전했던 호남인과 의병장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남도 의병역사 박물관을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도는 “임진왜란 때 의병활동이 가장 활발했던 곳이 호남이었다. 이순신 관련 문서에서 출신지를 알 수 있는 인물 1천명 중 절반이 전라도 사람이었다. 국권침탈 직전인 1909년의 교전 참가 의병 1만7579명 중 45.5%도 전라도 의병이었다”며 “의병의 산실에서 역사를 조명하고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2024년까지 440억원을 들여 남도 의병역사 박물관을 조성할 나주시 공산면 신곡리 일대. 전남도청 제공
도는 2024년까지 440억원을 들여 나주시 공산면 신곡리 일대 터 36만㎡에 건물 연면적 8300㎡ 규모로 남도 의병역사 박물관을 건립하기로 했다. 역사주제공원으로 조성될 이곳엔 박물관, 추모시설, 역사숲, 체험시설 등이 들어서게 된다. 박물관을 조성한 뒤에는 전국적인 의병 관련 기록과 유물을 전시하고, 후세들이 역사를 체험하는 교육장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도는 의병 관련 조사·연구, 전시·교육, 교류·선양 등 활동에 필요한 유물 수집에 나섰다. 대상은 1592년 임진왜란 발발부터 1919년 3·1운동 이전까지 전국에서 일어난 의병전쟁 관련 자료다. 구체적으로는 무기와 군복을 비롯해 통문, 간찰, 증명, 사진, 지도, 문서, 잡지, 신문 등 시대상을 보여주는 물품 일체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광복회 종가회 의병도시협의회 문화원연합회 등에도 협조를 요청했다.
도는 이런 자료를 소장자한테 사들이거나 기증·기탁받아 전시하고 보존할 예정이다. 매입할 경우는 신청을 받아 출처와 가치를 평가한 뒤 절차를 진행한다. 개인·종중·법인 등이 기탁했을 경우 원본의 반환을 요구하면 언제든지 되돌려 준다.
지난해부터 수집한 자료 670점 중 옥천 의병장 조헌의 문집과 나주 의병장 이지득의 문서 등은 가치가 높은 자료로 평가된다.
옥천 출신 의병장 조헌의 중봉문집엔 거병 156년이 지난 1748년 증보한 금속활자본으로 호서에서 의병을 일으켜 700여명이 순사했던 청주와 금산의 치열한 싸움이 기록되어 있다. 나주 출신 의병장 이지득 관련 문서는 원군이 명나라 군대가 굶주리자 팥·콩 등 곡식을 대주었고, 가족과 노비 등이 모두 분연히 의병에 참여했다는 등 내용이 담겼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