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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근목피에서 코로나19 치료제 찾아내는 ‘지혜’ 밑거름 됐으면”

등록 2021-03-17 18:52수정 2021-03-18 02:37

약초연구가 박종철 순천대 명예교수
토종 188종 ‘동의보감 한방약초’ 펴내
한자·한글 이름 함께 적힌 식물 위주
전 세계의 약초를 연구중인 박종철 순천대 명예교수. 세계약초연구원 제공
전 세계의 약초를 연구중인 박종철 순천대 명예교수. 세계약초연구원 제공

“허준 선생 덕분에 즐겁고 바쁘게 지냅니다.”

약초연구가 박종철(66) 순천대 명예교수는 17일 400년 전 한의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동의보감 한방약초>(푸른행복 펴냄)를 출간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이 책에는 한국에서 널리 쓰이는 약초 188종의 성질과 효능, 사진 등을 담았다. 1613년 간행한 허준의 <동의보감> 탕액편에서 한글로 이름을 밝힌 약초 중 현행 식품의약처의 공정서 목록에 있는 식물들을 추렸다. 아울러 북한 약전에 쓰인 이름과 효능도 비교했다.

수록된 약초 중에는 특히 한글·한자 이름을 나란히 적어놓은 함박곳불휘(작약), 괴좃나모여름(구기자), 금등화(능소화), 궁궁이(천궁), 도랏(길경) 등이 눈에 띈다. ‘동의보감’은 주변의 약초를 쉽게 구할 수 있도록 민간에서 쓰는 200여종의 이름을 한글로 표기해 실었다. 이런 약초 가운데 오미자, 향부자, 대추, 모과, 비자, 생강, 녹두 등은 400년 동안 같은 이름을 유지해 왔다. 북한에선 ‘동의보감’의 속서근플(황금)을 속썩은 풀뿌리, 아마존(백미)을 백미 뿌리 등으로 풀어쓰고 있었다.

박 명예교수는 “<동의보감>에 있는 우리의 고유한 약초를 찾아내 현재 이름과 효능을 비교하고, 사진으로 소개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생활 주변의 약초를 널리 찾아 쉽게 쓰도록 하려던 허준 선생의 바람과도 일맥상통하는 일이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동의보감>은 지금도 중국과 일본 등에서도 간행되는 고전”이라며 “25권의 내용 중 대중화를 염두에 두고 한글과 한자를 함께 써놓은 부분은 한의학과 생약학뿐 아니라 중세 이후 한글의 변천을 엿볼 수 있는 국어학 분야의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난해 33년 동안 몸담았던 순천대 바이오한약자원학과에서 정년퇴임했다. 이후 순천 시내에 세계약초연구원을 설립하고 연구와 저술에 전념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전남 고흥군 동강면 죽암농장에 ‘박종철약초전시관’을 열었다. 이곳에선 <열하일기>의 약초, <하멜표류기>의 약초 등 37개 나라에서 수집한 자료 450여 점을 주제별로 전시 중이다.

전남 고흥군 동강면 ‘박종철약초전시관’ 개관. 박종철 교수 제공
전남 고흥군 동강면 ‘박종철약초전시관’ 개관. 박종철 교수 제공

앞으로 계획을 묻자 생약학 연구에 필생을 다하겠다는 다짐이 돌아왔다. “코로나19 위기로 모두가 어렵잖아요. 선인들은 환경·질병 위기 때마다 주변의 초근목피 등 천연물을 활용하는 경험과 지혜를 축적했어요. 버드나무에서 아스피린, 팔각회향에서 타미플루를 개발했듯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도 생약학 연구자들이 기여할 수 있도록 기초를 다지겠습니다.”

부산대 약학과 출신인 그는 1988년 순천대 부임 뒤 <식품 약초 한약 백과>를 비롯해 <한국의 약초>, <중국 약용식물과 한약>, <일본 약용식물 한방약 도감> <세계의 약초 어디에 있는가> 등 저서 10여권 펴냈고, 세계의 약초를 알리는 전시를 3차례 열기도 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사진 세계약초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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