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 선생의 외손자인 박선준 전남도의원 당선자
‘박치기왕’ 김일(1929∼2006) 선생의 외손자가 전남 고흥에서 전남도의원에 당선했다.
7일 전남도의원 고흥2선거구(도양읍, 풍양·도덕·금산·도화·포두·봉래·동일면) 보궐선거 개표 결과, 민주당 박선준(42) 후보는 9045표(53.3%)를 받아 7912표(46.6%)를 얻은 무소속 정순열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정치신인인 박 당선인은 1960~1970년대 ‘박치기왕’으로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김일 선생의 외손자다. 김일 선생은 특기인 박치기로 안토니오 이노끼, 자이언트 바바 등 숱한 상대를 제압해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선물한 인기 레슬러였다. 박 당선인은 김일 선생의 2남2녀 중 둘째 딸의 막내 아들로 손주 9명 가운데 유일하게 고향에 남은 혈육이다.
1980년대 중반 레슬러 김일 선생과 박선준(아랫줄 왼쪽에서 두번째 안경쓴 남자아이) 등 손주들.
박 당선인은 “‘박치기왕’으로 존경을 받는 외할아버지가 항상 자랑스러웠다”며 “외할아버지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낮은 자세로 일하겠다”고 말했다.
김일 선생과의 추억에 대해서는 “손자들과 항상 친구처럼 다정하게 놀아주셨다”며 “요리를 전공해서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할아버지를 모셔서 음식을 대접했던 적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돌아가실 때 고향에 내려와 있어서 임종하지 못한 게 마음 아프다”며 “더 자주 뵀다면 많은 교훈을 듣고 교감을 했을 텐데…”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할아버지는 레슬링뿐 아니라 이웃과 고향을 늘 생각했던 멋진 분”이라며 “생전에 고흥 금산에 전기를 놓아달라고 박정희대통령에게 건의해 성사시켰고, 고향에 심한 가뭄이 들면 사비를 털어 양수기를 보내시기도 하셨다”고 전했다. 도의원의 포부를 밝히면서는 “할아버지의 고향 사랑을 본받아 따뜻한 마음으로 지역을 돌보고 살피겠다”고 다짐했다.
챔피언 벨트를 맨 김일 선수의 모습을 담은 셔츠를 입은 소년시절의 박선준씨
고흥 녹동 출신인 박 당선인은 초등학교 때 서울로 간 뒤 대학에서 요리를 전공했고, 2004년 귀향해 녹동바다스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선거구인 금산면에는 김일 선생을 기념하는 체육관과 생가터 등이 남아 있다. 그는 출마 때 “녹동·금산·나로 권역의 관광을 활성화하고 주민 맞춤형 복지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