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기갑학교사>에 1980년 5월21일 아침 8시 진돗개 하나가 발령된 뒤 실탄이 지급된 사실이 적혀 있다.
1980년 5월21일 전두환 신군부의 옛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 전에 군인들에게 실탄이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실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전차 동원 지시를 거부한 뒤 군에서 쫓겨났던 고 이구호 장군이 재직할 때 발간된 <1980년 기갑학교사>(이하 기갑학교사)에서 확인됐다. 그동안 신군부는 처음부터 발포를 계획했던 것이 아니라 시위대의 과격한 행동 때문에 자위권 차원에서 현장 발포했다고 주장했다. 5·18 당시 군부대의 사전 실탄 지급 등의 구체적 사실이 사라진 경위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980년 5·18 당시 광주 금남로 대치 상황. 5·18기념재단 제공
육군 전투교육사령부(전교사)는 광주·전남·전북 지역 군부대를 관할한다. 진돗개 하나가 발령되면 군·경찰·예비군 등은 수색·전투태세를 갖춘다. 전교사 예하 기갑학교는 5·18 당시 광주 상무대에 있었다. <한겨레> 취재 결과, <기갑학교사>엔 1980년 5월18~27일 군 작전 명령이 원부 그대로 보존돼 있다. 여기엔 ‘80년 5월21일 오전 8시에 진돗개 하나가 육군보병 전투교육사령부 지역에 발령됐다’고 적혀 있다. 엠(M)-16 소총은 개인당 90발, 권총은 개인당 14발 등으로 실탄 분배가 5월21일 오전 11시 완료됐다는 점도 기재돼 있다.
전투교육사령부의 진돗개 하나 발령 내용이 적힌 전교사 문건.
전교사 전투상보나 상황일지 등 다른 군 관련 자료엔 5·18 당시 실탄 지급 사실이 적혀 있지는 않다. 전교사 상황일지엔 1980년 5월21일 오전 8시 진돗개 하나가 발령됐고, 30분 뒤 진돗개 하나 발령을 접수해 각 예비군 중대에 전파했다는 사실 정도만 적혀 있다.
5월21일 실탄 분배 사실은 당시 신군부의 자위권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5월21일 낮 1시 옛 전남도청 앞의 진압군 집단발포에 대해 신군부는 군인들이 시민들의 과격 시위에 위태로운 상황을 맞자 자위권 차원에서 발포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기갑학교사>엔 5월21일 오후 4시35분 국방부 자위권 발동 결정 전에 실탄이 지급됐다는 점이 분명하게 적혀 있다. 이재의 5·18기념재단 연구위원은 “진돗개 하나 발령 이후 실탄 분배 등 당시 군부대의 구체적 행적이 기재돼 있지 않은 실정에서 <기갑학교사>는 발포 명령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진돗개 하나 발령에 따라 각급 부대에 내려진 명령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80년 5·18 때 황영시 육군참모차장의 전차 동원 지시를 거부했던 고 이구호(1932~1999) 장군. 이상우씨 제공
5·18 진상규명 과정에서 <기갑학교사>의 내용은 한동안 묻혀 있었다가 5·18민주화운동 헬기 사격 및 전투기 출격 대기 관련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에서 2017년 11월22~24일 전남 장성 상무대 기갑학교를 방문해 <기갑학교사>를 발견했다. 이 부대사는 1980년 5·18 때 황영시 육군참모차장의 전차 동원 지시를 거부(<한겨레> 5월19일치 9면)했던 고 이구호(1932~1999) 장군이 학교장이었을 때 발간됐다. 1979년 7월 광주 기갑학교장(준장)으로 부임한 이 교장은 신군부가 5·18 민주화운동을 진압한 이듬해인 1981년 7월31일 사실상 강제로 전역을 당했다.
중앙정보부 전남지부장 정석환씨는 1980년 5월22일 긴급 전언통신보고문을 통해 황영시 중장과 이구호 기갑학교장의 충돌을 첩보로 올렸다. 정씨의 검찰 수사 진술 내용.
김희송 전남대 5·18연구소 연구교수는 “<기갑학교사>에만 1980년 5월21일 진돗개 하나 발령에 따른 실탄 분배 등의 상황이 기재돼 있다. 신군부 핵심의 전차 동원 지시를 거부한 이 교장이 재직했던 <기갑학교사>에 수록된 탄약 분배 사실이 다른 군 기록에서 사라진 경위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수만 전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도 “군인들은 ‘실탄 분배=발포명령’으로 이해한다. 진돗개 하나 발령 이후 전교사 예하 부대에 실탄이 어떻게 분배됐는지를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대하 김용희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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