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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붕괴사고 직전 작업자들은 탈출…위험 공유 안돼 ‘참변’

등록 2021-06-09 21:25수정 2021-06-10 17:19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시내버스 등이 매몰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펼치는 모습. 광주/연합뉴스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시내버스 등이 매몰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펼치는 모습. 광주/연합뉴스

광주시 학동 4구역 재개발구역에서 일어난 붕괴사고는 해당 건물에서 철거 작업이 시작된 첫날 일어나 안전조처가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오후 4시22분께 광주 동구 학동에서 철거 공사 중인 5층 건물이 3차로 도로 쪽으로 무너지면서 정차 중인 시내버스를 덮쳐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날은 해당 건물에서 철거 작업이 이뤄진 첫날이었다.

철거업체는 전날 건물의 주변을 정리하고 이날부터 5층 건물 맨 위에 굴삭기를 올려 철거 작업을 시작했다. 5층 건물을 한층씩 부수며 내려가는 방식으로 안쪽부터 바깥으로 조금씩 부숴가며 작업을 진행했다. 현장에는 굴착기 1대와 작업자 2명이 투입됐고, 주변에 신호수 2명을 배치했다.

이날 오후 5층에서 굴착기로 한창 작업을 하던 중 작업자들은 이상한 소리가 크게 나는 걸 듣고 놀라, 직감적으로 ‘건물이 무너질지 모른다’며 현장에서 이탈했다.

때마침 건물 바로 앞 정류장에 시내버스가 멈췄고, 건물 본체는 순식간에 승객 10여명이 탑승한 버스를 덮치며 무너져 내렸다. 무너지는 순간 공사 현장의 가림막도 함께 무너져 무용지물이 됐고, 콘크리트 더미와 철근 뭉치 등 잔해가 굉음과 먼지를 일으키며 시내버스를 뒤덮었다. 작업자들은 다치지 않고 현장을 벗어났지만, 현장에 멈춰 섰던 시내버스는 육중한 건물 잔해에 깔려 찌그러지면서 승객과 함께 매몰되고 말았다.

현장을 목격한 이웃 주민들은 철거를 시작한 첫날 건물이 무너졌고, 작업자들이 현장을 벗어난 뒤에도 현장 주변에 안전조처가 이뤄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목격자 박아무개(66)씨는 “철거 작업을 하면서 건물을 지탱하고 있는 주요 부분을 잘못 건드린 게 아닌가 싶다”며 “도로 옆 건물을 설치하면서 가림막만 두었다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광주소방본부 쪽은 “현재로선 붕괴 원인을 예단하기 어렵다”며 “구조 작업을 마친 후 합동 조사를 통해 사고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사고가 난 광주시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지역은 낡은 주택이 밀집된 12만6천㎡ 규모의 옛 시가지로 조합원이 648명에 이른다.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아 지난해 하반기부터 재개발지역 안의 건물 철거공사를 벌여왔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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