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보호법 제정 촉구 배달 택배노동자 집회 <한겨레 자료사진>
제주지역 택배노동자 대다수가 위탁계약 형태로 근무하고 있고, 많게는 하루 12시간 근무를 하는 반면 휴식시간은 34분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제주도가 ‘제주지역 택배근로자 근로 실태 조사 및 근로 환경개선 연구’를 실시한 결과 23일 나왔다. 이번 조사는 제주도가 도내 택배 물류형태 및 노동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제주도 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에 맡겨 지난 5월말부터 3개월에 걸쳐 택배노동자 21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결과 제주지역 택배노동자의 87.1%가 택배회사와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고 위탁계약 형태로 근무하는 것으로 나왔다. 이 가운데 쿠팡 소속 모든 택배기사들은 직접 계약을 맺었으며, 대리점과 위탁계약을 체결한 경우는 51.6%였다. 회사로부터 일방적인 계약해지 위협을 받은 적이 있는 경우도 9.5%로 나타났다.
이처럼 위탁계약형태가 많아 거의 전부(86.6%)가 정해진 휴게시간 없이 짬짬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으며, 평균 휴식시간은 34분 정도였다. 또 휴식시간도 거의 식사시간으로 보내며, 빠른 배송업무를 위해 식사시간은 평균 22분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휴식시간을 전혀 갖지 않는 택배노동자도 8.8%에 이르렀다.
이와 함께 택배노동자 72%는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노조 미가입 노동자들 가운데 단순히 ‘가입하고 싶지 않아서’라는 응답자는 64.7%로 가장 많았고, ‘노조가 있는지 몰랐다’는 응답은 14.7%, 그 밖에는 가입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회사로부터 불이익 걱정 때문이라는 등 기타 의견은 20.5%였다.
도내 택배노동자의 주당 노동일수는 주 6일이 58.1%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주 5일이 41.0%로 평균 5.6일 일하고 있으며, 우체국과 쿠팡 택배기사들은 주 5일 근무였으나, 나머지 택배회사들은 대부분 주 6일 이상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근무시간은 물량이 비슷한 경우 휴식시간을 빼고 평소에는 평균 10시간42분이며, 물량이 많은 요일이 있는 경우에는 12시간4분으로 평소 요일보다 1시간22분을 더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건을 분류하고 상·하차 작업이 이뤄지는 서브터미널은 냉난방시설이 없는 경우가 49.3%였으며, 화장실이 없다는 응답도 11.1%였다. 코로나19 이전 하루 평균 작업물량이 227박스에서 코로나19 이후에는 240박스로 8.9%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제주지역은 특성상 집화작업이 많지 않아 택배노동자 대부분이 배송으로 수입을 얻어야 하는 구조로 노동강도 높은 편이다. 택배노동자 보호를 위해 표준계약서 제작 및 보급, 산업재해와 산업안전 보건 교육 및 지원 강화, 사회안전망 강화, 화장실 및 휴게시간 개선 등의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