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에 빗물이 차 있는 모습.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제주의 허파’이자 야생동식물의 보고로 알려진 곶자왈이 빗물의 42%를 저장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제주 조천읍 선흘곶자왈과 한경면 청수곶자왈에서 물순환 모니터링을 한 결과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최근 5년 동안 이들 곶자왈 지역에 각각 가로 15m 세로 10m 크기의 직사각형 조사구 1곳씩을 설정해 강우량과 수관통과우량(나뭇잎과 가지를 통과해 지면으로 내려오는 비의 양), 수간유하우량(나무 몸통을 타고 내려오는 비의 양), 차단손실량(나뭇잎과 가지로 인해 지면으로 내려오지 않고 차단되는 비의 양) 등을 조사했다.
26일 조사 결과 이들 곶자왈에 비가 내린 양 가운데 땅속으로 스며든 양을 계산해 보면 선흘곶자왈은 45%, 청수곶자왈은 38%로 나타나 평균 42%로 조사됐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제주도 지하수정보센터가 제공하는 곶자왈 및 그 인접 지역이 포함된 유역의 수원 함양률과 비교했을 때 곶자왈의 수원 함양률이 일반 토지이용지보다 5.3% 더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립산림과학원은 곶자왈의 수원 함양률을 제주도 연평균 강수량과 지하수자원보전지구 2등급지의 면적에 적용하면 1년 동안 1200만t을 함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지하수량은 제주도민 70만여명이 1년 동안 사용하는 급수량의 14.8%에 해당한다.
곶자왈은 숲을 뜻하는 ‘곶’과 가시덤불을 뜻하는 ‘자왈’을 합쳐 만든 제주어로, 화산이 분출할 때 용암이 크고 작은 덩어리로 쪼개져 요철 지형이 만들어지고 그 위에 나무와 덩굴식물 등이 뒤섞여 자라면서 원시림의 숲을 이룬 곳을 말한다.
제주도내 경작지나 개발지역보다 원형이 상대적으로 잘 보전돼 있고, 제주도의 지하수 유입구 역할을 해 ‘제주의 허파’로 불린다. 곶자왈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1등급인 제주고사리삼 등 다양한 희귀 야생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과거 목축과 화전, 4·3 시기 피신처 등 역사·문화자원으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곶자왈 지역 대부분은 제주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라 지하수자원보전지구 2등급지에 속해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쪽은 “곶자왈 지대는 1997년 113.3㎢였으나 2003년에는 106㎢로 7.3㎢가 감소해 곶자왈을 효과적으로 보존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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