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옛 알뜨르비행장 일대에 있는 격납고들. 제주도는 이 일대에 평화대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의 옛 알뜨르비행장 일대에 평화공원을 만들기 위한 관련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지지부진하던 평화대공원 사업이 18년 만에 추진될지 주목된다.
3일 제주도의 설명을 들어보면, 국회는 지난달 30일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과 국유재산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수정 의결했다. 법률 개정안에는 △국유재산 10년 이내 무상사용 허가 △10년 범위 내 사용 허가 갱신 가능 △국유재산 내 영구시설물 축조 가능 규정 등이 신설돼 국유지 장기 무상사용에 대한 근거가 마련됐다. 현행 국유재산법에는 국유재산 사용허가 시 유상이 원칙이며, 5년 이내로 사용 허가가 가능하지만 영구시설물 건설은 불가능하다.
제주도는 지난 2005년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이후 일제의 침탈 흔적과 한국전쟁의 흔적이 남아있는 서귀포시 대정읍의 옛 알뜨르비행장 일대를 ‘제주평화대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을 세웠다. 당시 평화대공원 조성사업은 184만여㎡의 터에 사업비 750억원을 들여 전적지를 정비하고 전시관 등을 만들어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도는 알뜨르비행장 일대가 국방부 소유의 토지여서 국유재산의 무상양여를 국방부에 요구했다. 하지만, 국방부 쪽은 그동안 대체재산 제공을 조건으로 양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 평화공원 조성사업이 장기간 표류해왔다.
도는 그 뒤 2021년 11월 국방부와 제주도 간에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협의한 결과 지난해 2월 알뜨르비행장의 활주로를 제외한 69만여㎡에 대한 국유재산 장기사용에 합의했다.
알뜨르비행장 일대는 1930년대 일제가 제주도민의 토지를 강제 수용해 중국 침략을 위한 이른바 ‘도양 폭격기지’로 만든 곳이다. 태평양전쟁 말기에는 제주도민들을 대대적으로 강제동원해 비행장을 확장하고, 갱도 진지(인공동굴) 등 각종 군사시설을 구축한 지역이다. 한국전쟁 시기에는 포로수용소가 설치되기도 하는 등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의 흔적이 남아있다.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률안은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내년 1월께 시행된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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