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2일 제주4·3평화재단 운영 조례 개정안을 전격 입법 예고하자, 재단의 전임 이사장과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강하게 비판하며 조례 개정 중단을 촉구했다.
제주도는 이날 ‘제주4·3평화재단 설립 및 출연 등에 관한 조례’ 전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오는 22일까지 도민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의 핵심은 공개모집과 임원추천위원회 추천 과정을 거치도록 되어 있는 재단 이사장 선임 절차를 단순화해 도지사가 곧바로 임명하게 한 것이다. 비상임이었던 이사장직도 상임으로 바꿨다. 제주도가 출자·출연한 기관의 장은 도지사가 임명하는 것과는 달리 제주4·3평화재단은 4·3의 상징성과 역사성을 고려해 이사장 선임에 공모와 추천 절차를 명문화함으로써 재단 운영의 독립성을 확보하려고 했다.
하지만 제주도가 최근 재단과 사전 협의 없이 이사장과 이사진 선임 절차를 바꾸는 조례 개정에 나서면서 갈등이 폭발했다. 고희범 전 재단 이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제주도와 재단의 입장이 맞서자, 도의회 전문위원의 중재로 재단 이사회의 의견을 오는 9일까지 제출하고 다시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도의회의 중재안까지 무시하면서 조례 개정을 강행하려는 건 매우 독단적이고 강압적인 처사”라고 비판했다. 앞서 고 전 이사장은 제주도의 조례 개정안 처리 움직임에 반발해 지난달 31일 사표를 냈다.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 이날 성명을 내어 “제주도는 책임경영 확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조례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장과 이사의 임명권 문제”라며 “평화재단은 4·3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해온 제주도민 모두의 것인 만큼, 제주도는 4·3재단 운영 조례를 개정하려는 시도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4·3재단은 제주4·3특별법에 근거해 2008년 10월 행정안전부 산하 재단법인으로 설립됐고, 2014년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제주도의 출자·출연 기관으로 지정 고시됐다. 사업비는 국비로, 재단 운영비는 도비로 편성된다.
제주4·3평화공원 내 행방불명인 표지석.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제주도는 고 전 이사장의 기자회견 직후 긴급 브리핑을 열어 “(조례 개정을) 도지사의 재단 장악 시도로 규정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