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상사에게 갑질을 당했다며 옥상에서 뛰어내렸던 한 소방관 사건을 조사한 결과, 직장내 갑질이 사실로 드러났다.
대구소방안전본부는 9일 대구 중부소방서 소속 ㄱ소방위가 ㄴ팀장에게 갑질을 당했다며 소방서 옥상(높이 7m)에서 뛰어내린 사건을 감찰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소방본부는 “문제가 된 팀장은 소속 직원에 대한 부당행위가 있었고, 부적절한 민원인 응대 등 추가적인 비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ㄴ팀장은 평소 반말을 일삼거나, 수차례 일을 빨리하라고 다그쳐 ㄱ소방위가 당직 다음날에도 쉬지 못하고 출근하기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본부는 해당 팀장을 징계위원회에 넘겨 징계를 요구할 계획이다. 당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중부소방서장과 담당 과장은 각각 ‘주의’, ‘경고’ 조치하고, 중부소방서는 ‘기관경고’ 처분하기로 했다. ㄱ소방위도 미숙한 민원 업무 처리, 동료와 다툼 등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경고’ 조치할 예정이다.
소방본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갑질 근절 전담 부서를 지정하고, 온라인 익명 신고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또 오는 12일부터 15일까지 나흘 동안 온라인 익명 실태조사를 벌인다. 대구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피해자 우선 보호와 일상회복 프로그램 운영, 가해자 무관용 원칙으로 더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갑질 근절 종합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1일 밤 9시5분 대구 중부소방서 소속 ㄱ소방위가 소방서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ㄱ소방위는 1층 비 가림막에 부딪힌 뒤 땅으로 떨어지면서 무릎뼈가 골절돼, 수술을 받고 회복해 현재 근무 중이다. ㄱ소방위는 지난해 10월께 ㄴ팀장으로부터 “너 지금부터 일하지 마” “넌 안 되겠어” 등 모욕적인 말을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대구지부 준비위원회(준비위)는 “피해자는 상급자의 과도한 업무 지시와 모욕적인 말, 고압적인 자세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중이었다”며, ㄴ팀장을 파면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대구소방안전본부는 ㄴ팀장을 지난 1일 정기 인사에서 다른 소방서로 발령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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