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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환경 훼손 논란에…갈등 빚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등록 2022-04-15 05:00수정 2022-04-15 09:21

도시공원 일몰제 따라 풀리는 용지
민간사업자가 사들여 일부는 개발
나머지 땅은 공원으로 만드는 사업
MB 때 도입 전국 74곳 완료·진행 중
위법·공정성 의혹 등 논란 잇따라
초과이익 환수해야 한다는 지적도
2008년 부산 북구 구포 지역과 낙동강 하류 일대 전경. 사진 속 다리 세개 가운데 가장 북쪽(오른쪽)의 낙동강교 오른쪽 끝부분에 있는 작고 둥근 구릉에 구포왜성(빨간 원)이 있다. 부산시 제공
2008년 부산 북구 구포 지역과 낙동강 하류 일대 전경. 사진 속 다리 세개 가운데 가장 북쪽(오른쪽)의 낙동강교 오른쪽 끝부분에 있는 작고 둥근 구릉에 구포왜성(빨간 원)이 있다. 부산시 제공

#1. 부산시가 추진하는 북구 덕천공원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이 1년 넘게 지지부진하다. 부산시 지정기념물인 ‘구포왜성’이 해당 지역에 포함돼 문화재 훼손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민간업체가 공원지역으로 지정됐던 덕천동 산93번지 일대 9만5323㎡를 사들여 7만739㎡(74%)에 낙동강전망대와 숲속쉼터 등 공원시설을 조성하고 2만4584㎡(26%)에 지하 3층·지상 10층 규모 공동주택(206가구)을 짓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9년 12월 부산시는 아이피씨개발을 시행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부산시 문화재위원회는 2020년 10월까지 5차례 진행된 심의 끝에 “유적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사업안을 부결했다. 부산시는 구포왜성을 보존하면서도 공원을 조성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며 사업을 아직 포기하지 않고 있다.

#2. 대전 매봉공원조성 특례사업은 소송전 끝에 최종 무산됐다. 대전시 도시계획위원회는 2015년 대전 유성구 가정동 연구단지 매봉공원 35만4906㎡ 가운데 6만4864㎡(19%)에 452가구 규모 아파트를 짓고 나머지를 공원으로 조성해 기부채납하겠다는 사업안을 부결했다. 공원 보존 필요성이 크다는 이유였다. 이에 민간사업자는 소송을 제기해 1·2심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민간사업자가 제안한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을 불허한 대전시 조처는 정당하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항소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3. 충북 청주시는 2019년 4월 매봉·구룡공원 등을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으로 개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시민들과 환경단체는 ‘청주 도시공원 트러스트협약’을 맺어 시민운동에 나섰다. 시민 모금으로 100억원을 모아 구룡도시공원 개발 핵심 용지인 농촌 방죽 일대 14만9500㎡를 사들여 무분별한 아파트 건설을 막자는 취지였다. 이후 시민 2만6000여명이 도시공원 개발 반대 서명을 했고, 5천여만원을 모았다. 청주 도시공원지키기 시민대책위원회 쪽은 “시민에 앞서 지자체가 시민을 위한 녹지 공간을 확보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6일 부산 부산진구의 부산시민공원에서 시민들이 휴식하고 있는 모습. 김영동 기자
지난달 16일 부산 부산진구의 부산시민공원에서 시민들이 휴식하고 있는 모습. 김영동 기자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라 해제되는 도시공원 용지를 민간사업자가 사들여 일부는 개발하되 나머지 땅은 공원으로 조성하는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이 전국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각종 논란도 커지고 있다. 지정된 지 오래된 도시공원 용지를 지자체 재정 부담 없이 공원으로 조성하도록 2009년 이명박 정부가 도입한 제도인데, 이익을 좇는 민간업체를 통해 공원 조성이라는 공익을 실현하려다 보니 각종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 등을 종합하면, 최근까지 광역자치단체 5곳과 기초자치단체 26곳이 74곳에서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이다. 74곳 전체 면적은 25.8㎢로 축구장 3613개 넓이이고, 5.95㎢(23%)에 아파트 등 주택단지가 들어섰거나 들어서는 중이고 나머지 19.85㎢(77%)에는 공원이 조성됐다. 74곳 사업장은 지역별로는 부산 1.9㎢, 대구 1.5㎢, 인천 0.4㎢, 광주 7.1㎢, 대전 0.6㎢, 경기 3.3㎢, 강원 1㎢, 충북 1.3㎢, 충남 0.8㎢, 전북 1.1㎢, 전남 1㎢, 경북 2.8㎢, 경남 2.1㎢, 제주 0.9㎢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 뭐가 문제길래?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은 민간사업자가 사업을 제안하는 방식과 지자체가 공모하는 방식으로 나뉘는데, 전자의 경우엔 사전 결탁이나 평가 기준 유출 의혹 등 공정성 논란이 제기돼왔다. 광주 중앙공원 1지구 특례사업에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공무원 개입 의혹이 나왔고, 경기도 의정부시 직동공원 특례사업에서는 탈락한 민간사업자가 민관 유착 의혹 등을 주장했다. 경남 진주시 장재공원 특례사업에서도 지자체의 사업자 선정 위법 의혹이 제기됐다.

지역사회 내부의 갈등 소재가 되기도 한다. 경기 용인·이천시에서는 일부 주민들이 환경 훼손, 교통량 증가 등을 이유로 민간공원 특례개발에 반대하고 나섰고, 인천 관교공원, 경남 창원 사화공원, 의정부 추동·직동공원 등에서는 지자체와 민간사업자 등 이해관계자 사이에 소송전까지 벌어졌다.

환경단체는 이런 사회적 갈등 발생이 필연적이라고 주장한다. △토지주의 재산권 보호 △지자체의 재정 부담 경감 △도시공원 조성을 모두 충족시키는 묘수로 제안됐지만, 현실에서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자연생태위원은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산지 쪽은 공원으로, 접근성이 좋은 녹지는 아파트로 개발해 수익을 챙기는 구조”라며 “결과적으로 민간사업자를 위한 제도이니 지역사회와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애초 ‘10만㎡ 이상-비공원시설 20%’였던 기준을 민간업체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 시절 ‘5만㎡ 이상-비공원시설 30%’로 완화하고, 지자체가 도시관리계획 변경절차를 고시하기 전까지 지역주민은 사업의 구체적 내용을 알 수 없다는 구조적인 문제점도 지적된다.

광주시 서구 중앙공원 전경. 광주시 제공
광주시 서구 중앙공원 전경. 광주시 제공

■ “절차적 정당성·공익성 갖춰야”

해당 사업을 진행해온 지자체 쪽에서는 이윤을 좇아 움직일 수밖에 없는 민간업체를 적절한 수준에서 제한하는 제도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016년부터 용화체육공원에 특례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충남 아산시 관계자는 “현행 사업자 제안 방식은 사업자가 설계·시공·감리·준공 등 모든 것을 다 하도록 하고 있다. 아파트 등 비공원 시설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공원 조성은 사업자가 설계해도 발주는 조달청에서 따로 사업자를 선정하고 감리도 따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과이익을 공공사업에 재투자하도록 한 광주시처럼 특례사업에도 민간사업자의 초과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적정 수익률 상한 기준을 설정하고 초과이익이 발생하면, 민간사업자에게서 이익분을 환수해 공원시설 운영 등에 활용하도록 하자는 얘기다. 광주시 공원조성2팀 쪽은 “10개 민간공원 특례사업 모두 사업비의 5~10%를 수익률로 제한했으며, 그 이상 수익이 나면 공공에 재투자하도록 협약했다”고 말했다.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이라는 좀더 근본적인 해법을 들고나온 서울시의 시도도 눈에 띈다. 서울시는 도시공원 일몰제 적용 직전인 2020년 6월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136㎢ 가운데 절반가량인 69.2㎢를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했다. 도시자연공원구역은 국토계획법상 용도구역의 하나로, 공원을 따로 조성하지 않아도 되고, 도시공원이 아닌 만큼 일몰제 적용 대상도 아니다. 대신 땅 소유주에게는 지자체에 땅 매수를 청구할 권리가 생긴다. 조례를 통해 세제 감면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물론 반발하는 땅 주인들도 있다. 서울시의 경우 이와 관련한 소송 90여건을 진행 중이다. 유혜미 서울시 공원구역정책팀장은 “재판부 대부분이 공익적 관점에서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에 손을 들어주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도시자연공원구역 토지소유자의 재산세 50%와 상속세 80% 감면 △도시공원과 도시자연공원구역의 토지 매입비 50% 국고 지원 △공원용지 매입용 지방채 발행 때 지방채 상환기간 20년 연장 △시민들의 땅 한평 갖기 운동(내셔널트러스트) 등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일본 요코하마에서처럼 녹지세를 신설해 공원용지를 사들이고 녹화사업과 녹지보전지원금 등에 사용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김영동 ydkim@hani.co.kr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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