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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복도로 할매들요, 이제 마 무릎 걱정 마이소”

등록 2022-06-19 16:00수정 2022-06-20 02:01

부산 동대신2동 소망계단에 국내 첫 현수식 모노레일
부산 서구 동대신2동 닥밭골벽화마을 근처 소망계단에 설치된 모노레일. 김영동 기자
부산 서구 동대신2동 닥밭골벽화마을 근처 소망계단에 설치된 모노레일. 김영동 기자

부산 명물인 서구 동대신2동 닥밭골벽화마을 인근엔 ‘소망계단’이라 이름 붙은 가파른 계단길이 있다. 산복도로(산 중턱을 가로지르는 도로)인 망양로와 중앙공원로를 192개 계단으로 잇는 경사로다. 계단을 다 오른 뒤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그럴싸한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연인들이 종종 찾아오기도 한다.

지난 17일 소망계단 들머리에 들어서자 가로 1.5m, 높이 1.1m 크기의 연두색 상자가 천천히 위쪽에서 내려와 멈췄다. 지난달 23일부터 시범운행을 시작한 2인승 모노레일 승강기였다. 들머리 안내판에는 ‘대한민국 최초 현수식 모노레일’이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안전요원 양아무개씨가 “지지대 위쪽에 설치한 레일에 승강기를 케이블카처럼 매달아 운행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승강기에 올라타 출입문을 닫은 뒤 올라가는 조작 단추를 누르자 경사도 30%(각도 약 16.7도)인 계단 길을 따라 위쪽 1구간 승강장까지 44m를 사람 걷는 속도로 올라갔다. 1구간 승강장에서 만난 주민 김아무개(74)씨는 계단을 가리키며 “참 가파르다. 병원 등 볼일 보려고 내려가는 것도 어려웠고, 집으로 돌아올 때도 힘들었다. 오른쪽 무릎이 고장 나니 더 불편했는데, 모노레일이 생겨서 다니기가 많이 수월해졌다. 모노레일 덕분에 여름도 잘 견딜 수 있을 듯해 좋다”고 말했다.

부산 서구 동대신2동 닥밭골벽화마을 근처 소망계단에 설치된 모노레일. 김영동 기자
부산 서구 동대신2동 닥밭골벽화마을 근처 소망계단에 설치된 모노레일. 김영동 기자

소망계단이 지나는 산복도로 마을은 1953년 11월 ‘부산역전 대화재’로 생겨난 이재민들이 집단으로 옮겨와 만들어진 동네다. 주민들은 경사지에 계단식으로 다닥다닥 붙여 지은 집에서 산다. 65살 이상 주민이 전체(7177명)의 32%(2292명)에 달한다. 소망계단 같은 가파른 계단길은 노인들에게 오가기 힘겨운 장벽이다.

서구는 지난해 9월 주민의 이동 복지를 위해 소망계단에 모노레일 설치를 추진했다. 처음엔 수직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소망계단 양쪽에 늘어선 주택들의 안전문제가 제기됐다. 서구는 여러 차례의 주민 협의와 안전 검토 끝에 현수식 모노레일 설치로 방향을 틀었다. 마침내 지난달 23일 총연장 90m의 1·2구간 모노레일을 설치를 마쳤다. 사업비는 17억원이 들었다.

모노레일은 이달 말까지 시범운행을 한다.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운행되는 모노레일 이용자 수는 하루 평균 50여명이다. 다음달 1일부터는 정식운행에 들어간다. 정식운행 시간은 주민 의견을 모아 결정할 예정이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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