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리투아니아 이그날리아 핵발전소가 만들어졌다. 당시 유럽 동구권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생산했다고 알려진 이 핵발전소는 체르노빌 핵발전소와 같은 기종이다. 2004년 리투아니아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이 핵발전소를 폐쇄했다. 해체 결정 뒤 18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이 핵발전소에서 발생한 핵폐기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방사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3일 부산 중구 용두산공원 근처 비엔케이(BNK) 아트시네마 모퉁이극장에서 열리는 ‘제12회 부산반핵영화제’ 상영작 가운데 한 작품인 <매장>의 내용이다. 핵발전소 해체를 다룬 실험적 다큐멘터리이며, 몰락한 도시와 핵폐기물 저장소를 디스토피아(암울한 미래상)적 영상으로 표현했다. 올해 디엠제트(DMZ)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초청작이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뒤 부산의 시민단체 등이 해마다 열고 있는 올해 반핵영화제 상영작은 모두 5편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탈원전 선언에 맞선 친원전 학계의 주장을 검증하는 <뉴스타파>의 <원자력 교수님, 그게 정말입니까?>, 은폐되고 있는 월성핵발전소의 방사성 물질 누설 사건과 핵발전소 근처 주민을 삶을 다룬 <포항 엠비시>의 <새어나온 비밀>, 세계 최고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최종 처분장인 핀란드의 온칼로의 실제 현장을 영상에 담은 <부산 엠비시>의 <원전의 그림자 핵폐기물, 한국의 온칼로는 어디에?> 등이다.
인도 델리의 환경오염과 기후위기로 인해 당면한 식수 부족, 대기 오염, 탄소 배출 등 현실을 드러낸 다큐멘터리 <보이지 않는 위협>도 있다. 이 작품은 템페레국제단편영화제 특별상을 받았다.
반핵영화제 조직위원회는 “부산은 설계수명이 다 된 고리2호기의 수명연장과 고리핵발전소 안 핵폐기물 저장 시설 지정이라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우리에게 점점 압박으로 다가올 핵폐기물의 심각성 등을 다룬 작품으로 준비했다. 핵발전소와 핵폐기물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화제는 누구나 볼 수 있으며, 무료다. (051)633-4057.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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