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옛 해운대역사를 활용한 청년 예술가의 문화예술공간 ‘해운대 아틀리에 칙칙폭폭’. 해운대구는 비효율적이라며 운영 7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김영동 기자
“해운대에서 너와 내가, 나들이 가자!”
한 청년이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근처의 한 가게에서 20개국 전통의상을 입어본다. 이어 그는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해운대 앞바다와 광안대교 등지를 요트를 타고 돌아보는 체험을 소개한다. 옛 해운대역사에 자리 잡은 ‘크리에이터 유니버스 본부’의 청년 창작자들이 지난해 11월 해운대구 공식 유튜브 채널 ‘해운대야 놀자’에 게시한 3분짜리 동영상이다. 해운대 관광코스를 소개하는 평범한 소재에 청년의 감각과 발랄함으로 꾸민 이 영상은 조회수가 1만을 넘었다.
15일 해운대구 공식 유튜브 채널을 살펴보니, 청년 창작자들이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맡아 제작한 동영상은 모두 10개다. 하지만 올해부터 업데이트되지 않고 있다. 청년 예술창작공간이 있던 옛 해운대역사가 지난 1월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옛 해운대역사는 2013년 동해남부선 기존 선로 폐로 뒤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해 9년 동안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해운대구는 이곳을 지역 청년 예술가를 위한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기로 결정하고 6억2천여만원을 투입해 지난해 5월 옛 해운대역사를 지상 1층 지하 1층, 연면적 468.5㎡ 규모의 다목적 전시홀, 크리에이터 룸 등을 갖춘 ‘해운대 아틀리에 칙칙폭폭’으로 리모델링했다.
지역 청년 예술가들은 대관료 없이 신청만 하면 자신의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열린 공간인 이곳을 반겼다. 지역사회도 관광지로 이름 높은 ‘해리단길’ 인근의 옛 기차역사의 리모델링이 관광 활성화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청년 작가의 전시회는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2~4주씩 13차례 쉼 없이 진행됐다. 창작자들도 ‘크리에이터 유니버스 본부’를 중심으로 제작 컨설팅과 교육, 영상 제작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 이곳에서 지역 소상공인 가게를 소개하는 동영상 10여편을 만들었다.
하지만 해운대구는 지난 1월 이 공간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폐관을 결정했다. 시민 이용률이 저조하고, 다른 청년 공간과의 차별성이 없다는 게 폐관 이유였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하루 평균 방문객이 평일 50여명 이하, 주말에도 100명이 되지 않았다. 유동인구 하루 평균 10만명 이상인 이곳 특성을 고려하면 (이용률이) 너무 저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해운대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도 지난해 12월 같은 이유로 이곳의 운영비 3870만원을 모두 삭감했다. 박기훈 구의회 기획관광행정위원장은 “구민 등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았고, 실효성도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청년 예술가는 “쉼 없는 전시회, 창작물 제작 등 성과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문을 닫는다고 해 당황했다. 애착을 가지고 열정을 쏟았는데 허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년 예술가는 “지난 7개월 동안 활동하면서 운영 개선점 건의를 몇차례 했는데 그에 대한 답은 없었고, 뜬금없는 폐관 통보만 받았다.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김평수 부산민예총 이사장은 “예술과 창작 활동이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청년 예술·창작가들의 공간이 문을 연 지 겨우 7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실효성을 운운하는 것은 문화·예술에 대한 몰이해”라고 꼬집었다.
해운대구 일자리경제과 관계자는 “여러 대안을 검토 중이다. 청년 세대에 집중하는 시설보다는 외국인 관광 안내소 등 관광객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다시 구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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