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이 17일 오전 대구시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대구퀴어문화축제 행정대집행하는 공무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낮부터 열리는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를 두고 경찰과 행정당국이 대치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이날 오전 7시 축제가 열리는 대구시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 대구시청·중구청 직원 500여명은 행정대집행을 위해 현장에 나왔다. 축제 주최 쪽이 대중교통전용지구의 도로 점용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대구시는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관행적으로 도로를 불법 점거하여 진행해 온 집회에 단호하게 법적 대응한다는 원칙이다. 시내버스 운행에 시민들의 불편이 없도록 차질 없는 정상운행을 당부하며, 대구시는 교통방해에 대한 행정대집행 시 중구청에 협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찾아 “공무원 충돌까지 오게 한 대구경찰청장의 책임을 묻겠다. 경찰이 불법 도로 점거 시위를 보호하기 위해 공무원들을 밀치고 버스 통행권을 제한했다. 법원은 집회·시위를 제한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지, 점용 허가를 받지 않은 공공도로를 점거하라고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수차례 협의했는데 법을 이렇게 해석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문재인 시대의 경찰이라면 그렇게 했을 것이나 세상이 바뀌었다. 불법 집회가 난무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덧붙였다.
같은 시간 대구경찰청은 기동대 20개 중대 1300명, 교통경찰·일반 직원 200명 등 모두 1500명을 배치했다. 대구시가 시내버스 우회 조처를 하지 않기로 하면서 경찰이 일반 운전자들에게 우회 조처 등 교통 안내에 나서고, 시청·중구청의 행정대집행 예고와 축제 반대 집회와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대구경찰청은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에 따라 신고된 집회로, 경찰은 안전하게 집회를 관리하고 집회 과정에서 법률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히 대응하겠다. 아울러 예상되는 교통 혼잡도 교통경찰을 충분히 배치해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17일 오전 주최 측의 대중교통전용지구 도로 사용 여부를 놓고 경찰과 행정 당국이 충돌하는 가운데 행사 참가자가 무지개 깃발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전 대구시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대구시 공무원들이 대구퀴어문화축제 주최 쪽 무대 차량 진입을 위해 교통정리에 나선 경찰관들을 막으려고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시는 퀴어문화축제를 ‘불법’으로 규정했지만, 대구시의 조처가 무리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퀴어 축제는 적법하게 신고 수리되어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행정대집행을 하는) 정당한 사유는 될 수 없다. 도로법 제74조 행정대집행의 적용 특례를 보면, 반복적이고 상습적으로 도로를 점용하거나 도로통행 및 안전확보 위해 신속하게 필요한 조처를 할 필요가 있는 경우 행정대집행을 할 수 있는데, 해당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중구청 공무원들로 이루어진 전국공무원노조 대구지역본부 중구지부도 지난 16일 성명을 내 “적법하게 신고된 집회를 막지 말라는 게 헌법과 법원의 판단이고 경찰도 시민 안전을 위해 교통통제를 하겠다는데 홍준표 대구시장만이 차별과 혐오의 말을 내뱉으며 몽니를 부리고 있다. 대구시는 행사장에 부스 등 시설이 설치되면 즉시 철거해 줄 것을 부구청장을 통해 중구청에 계속 압박했다. 공무원노조는 직원 강제 동원을 단호히 반대하며, 행정대집행 강행 시 공무원노조가 앞장서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도 “지난 4년 동안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안전하고 평화롭게 진행되어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집회의 자유를 훼손하고 자신의 권력을 동원해서 막으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대구시장으로서의 자격이 더 이상 없음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이며, 부끄러움은 대구시민들의 몫이다. 조직위는 축제를 훼손하려고 하는 공무원의 불법적 행정대집행의 물리력에 맞서 대구퀴어문화축제를 지키기 위한 모든 자구적인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8일부터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차례 퀴어축제를 반대한다는 글을 올렸다. 대구지법 민사20부(재판장 김광진)은 지난 15일 동성로상인회·대구기독교총연합회 등이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를 상대로 낸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 행사 안내.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 제공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