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경북 예천군 은풍면 금곡리에서 구조당국이 실종된 김아무개(68)씨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김영동 기자
호우와 산사태로 폐허가 된 경북 예천에는 18일에도 굵은 비가 내렸다. 기상청은 이날 예천을 포함한 경북 내륙에 시간당 30~60㎜의 강한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장대비에도 수색과 구조 작업은 계속됐다. 오전에 찾아간 은풍면 금곡2리에서는 중장비 3대가 동원돼 실종된 김아무개(68)씨를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이 한창이었다.
“새벽 6시부터 나왔심더. 맨 먼저 구조견을 투입했고, 지금은 드론을 띄워 살펴보는 중입니더.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잠도 못 자는 실종자 가족을 생각하면 우리가 힘을 내야지예.” 예천소방서 소속 황아무개 소방관이 말했다.
마을 위쪽에선 굴착기가 비탈면에 나뒹구는 돌덩이와 나무둥치를 치우고 있었다. 아래에선 탐침봉을 든 구조대원들이 흙더미를 헤집으며 실종자의 단서를 찾았다. 소방관들 말고도 자발적으로 수색에 참여한 주민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수색 작업은 금곡교에서 금오교를 거쳐 제곡교에 이르는 5㎞ 구간에서 이뤄졌다.
18일 경북 예천군 은풍면 금곡리에서 구조당국이 실종된 김아무개(68)씨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김영동 기자
실종자 김씨의 아내 윤선자(66)씨는 쏟아지는 빗줄기를 보며 발만 동동 굴렀다. 서울에 살던 부부는 2년 전 귀농을 결심하고 이 마을로 들어왔다. 컨테이너를 임시 주거지로 사용하면서 주말마다 이곳에 와 밭을 일궜다. 내년에는 번듯한 집을 지을 꿈도 꾸고 있었다. 지난주 김씨는 밭에 깨를 심으려고 금곡2리로 내려왔다. 하지만 비가 심상찮았다. 깨 심기를 포기하고 서울로 올라가려고 준비하던 15일 오전 9시37분 산사태가 김씨가 머무르던 컨테이너를 덮쳤다. 김씨는 실종됐고, 마을 주민 1명은 주검으로 발견됐다.
“눈만 감으면 남편 얼굴이 보여서 괴로워요. 평생 고생만 한 남편을 생각하면 빨리 찾고 싶은데,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요.” 윤씨의 말에 한 주민이 “금방 찾을 거다”라며 윤씨 손을 감싸쥐었다.
같은 시각, 임시 대피시설에 모여 있던 주민들도 내리는 비를 수심 가득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예천에서는 동네 마을회관 등에 주민 448명이 대피해 있다. 예천읍에 있는 군문화체육센터에도 40명이 머물고 있다. 군문화체육센터에서 만난 반윤희(86)씨는 나흘째 집에 들어가지 못한 상태라고 했다. “우리 집 무사한가 몰겄다. 집에 가면 안 되냐고 물어보면, 관에서는 못 간다고 한다. 아직 위험하다고. 근데 이래 비까지 쏟아지니, 우리는 우야면 좋노.”
황기순(85)씨는 앞선 반씨와 달리 덤덤했다. “산사태 또 나믄 우얄라꼬. 집에 있으믄 언제 무너질지 모르니 신경 쓰여 잠도 안 온다. 차라리 여 있는 기 마음은 편하다.” 황씨가 사는 감천면 천향2리에서는 지난 15일 폭우와 산사태로 마을 전체에 전기와 통신이 끊겼다. 황씨는 그날부터 나흘째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
18일 경북 예천군 은풍면 금곡리에서 구조당국이 실종된 김아무개(68)씨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김영동 기자
지난 15일 쏟아진 폭우와 산사태로 경북에서는 22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다. 이날 예천에서 실종자 3명의 주검이 수습돼 경북 실종자는 5명이 됐다. 아직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한 나머지 실종자 5명은 모두 예천군민이다.
구조당국은 군인, 경찰관, 소방관 등 3100여명과 장비 970여대를 투입해 실종자 구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임시 대피시설에서 생활하는 경북 도민은 1180여가구 1720여명에 이른다.
김영동 김규현 기자
yd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