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보이 아키라의 자택 지하 창고에 보관 중인 12개국 120명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군상. 대안문화연대 제공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미술작가 츠보이 아키라는 후쿠시마에서 자랐다. 그곳에서 2011년 3월 원전 폭발사고가 일어났는데도 조용한 일본 내부를 고발하기 위해 후쿠시마원전 폭발사고를 주제로 하는 그림을 그렸다. 이어 도쿄 번화가 신주쿠의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 박물관’(WAM)과 일본 전쟁 책임자료센터 발행 책자에 수록된 희생자와 일본 군인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12개국 120명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일본에서 이 작품들은 전시 기회를 갖지 못했다. 한국에서도 2018년 광주비엔날레에서 전시했을 뿐이다. 이후 이 작품들은 츠보이 아키라 집 지하실에서 오랜 기간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에 츠보이 아키라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전시 공간을 찾는다는 영상을 올렸다.
2018년 광주비엔날레에서 전시된 츠보이 아키라 작품. 대안문화연대 제공
우연히 영상을 본 대안문화연대가 손을 내밀었다. 대안문화연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학순(1924~1997년) 할머니가 1991년 처음으로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한 것을 기념해 제정한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8월14일)을 맞아 츠보이 아키라 작품 36점을 8일부터 26일까지 부산도시철도 3호선 배산역 2번 출구 근처 ‘효로인디아트홀’ 1층 사회적 기억공간 ‘기억의 방’에서 전시한다. 2018년 광주비엔날레 전시회를 기준으로 하면 5년 만이다.
유미희 대안문화연대 대표는 “기억의 방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사회적 기억을 이어 오늘을 성찰하고 내일의 평화를 만들어가는 거점이다. 그래서 츠보이 아키라 작품을 기억의 방에 담고자 한다”고 말했다. 츠보이 아키라는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분들이 고령이 되어 세상을 떠나가는 오늘날 그 목소리를 미래를 향해 남기고 전달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 기림일을 맞아 표현의 기회를 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대안문화연대는 주로 부산에서 활동하는 뜻있는 단체와 문화예술인들이 2012년 과잉경쟁, 물질 중심의 욕망을 부추기는 기성 문화를 극복하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노동·생태·환경·평화·교육·탈핵·소수자 인권 등을 다루는 작품을 만들거나 전시하고 있다. 기억의 방은 지난 4월 개관했다. 개관을 기념해 세월호 유가족의 꽃누름 작품 전시 ‘너희를 담은 시간’을 전시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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