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전 경북 의성군청 앞에서 주민들이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화물터미널 의성 배치를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특별법 통과로 날개를 다는 듯했던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 사업이 시설물 배치 문제로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에 부딪혔다.
경북 의성군 주민들은 최근 화물터미널을 의성 지역에 설치해줄 것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다. 주민들은 21일 의성비안면이주대책위원회 이름으로 낸 성명에서 “의성군 발전이 우리 자식들의 미래라고 믿고 신공항 유치를 찬성했는데 화물터미널과 영외관사 등 좋은 시설은 대구 군위군이 다 가져가고, 우리에겐 군공항의 소음만 남았다. 빈껍데기뿐인 신공항 건설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선동 의성비안면이주대책위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공항 유치 당시 군위군수가 유치 신청을 하지 않겠다고 몽니를 부리는 바람에 시·도지사, 군수 등이 군위군이 원하는 대로 시설 배치에 합의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 주민들 의견을 물어본 적도 없다. 막상 공항 건설이 본궤도에 오르니 의성군에 남는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2020년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유치 당시 공동합의문. 대구시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의성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대구시는 지난 20일 공항 유치 당시 공동합의문을 공개하며 수습에 나섰다. 2020년 7월 대구시와 경상북도 등이 작성한 합의문을 보면 “민간공항 터미널, 공항진입로, 군 영외관사는 군위군에 배치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어 같은 해 8월 맺은 합의문에는 “항공물류·항공정비산업단지 및 관련 산업·물류 종사자 주거 단지를 의성군에 조성한다”고 나와 있다. 이런 내용에는 군위군과 의성군도 동의한다.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은 화물터미널이 어디에 속하는지다. 대구시는 7월 합의문에 등장하는 ‘민간공항 터미널’에 화물터미널이 포함된다고 보는 반면, 의성군은 8월 합의문의 ‘항공물류단지’에 들어간다고 주장한다.
이종헌 대구시 신공항건설특보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기본적으로 군공항 기능이 중요하다. 군사 시설의 작전성 등을 고려할 때, 화물터미널을 따로 떼어달라는 의성군 요구를 들어주기는 어렵다”고 했다.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서로 문서로 합의했는데 이제 와서 재검토를 요구하면 신공항 사업을 하지 말자는 얘기다. 현재 의성군에 가시적인 개발 계획이 나오지 않으니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경상북도가 나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공을 넘겼다.
하지만 의성군 주장은 다르다. 오정재 의성군 신공항지원과장은 한겨레에 “의성군은 항공물류단지 조성 하나만 바라고 모든 것을 양보했다. 항공물류단지의 핵심은 화물터미널”이라고 말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도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천공항 물류 담당 간부에게 물어보니, 물류단지와 화물터미널은 인접해야 효율적이라고 권유했다. 화물터미널 배치 문제도 세계적인 공항 추세를 분석하고, 전문가 토론 등을 통해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다”고 썼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사업은 대구 군공항(K2)과 민간공항을 대구 군위군과 경북 의성군 경계 지역으로 이전해 새로 짓는 사업이다. 국회는 지난 4월 이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주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가결했다.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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