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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대교 야경 있고, 술판 없고…확 달라진 민락수변공원

등록 2023-10-11 07:00수정 2023-10-11 10:53

금주구역 지정 4개월째…한산해진 부산 민락수변공원
금주 구역으로 지정된 뒤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모습. 김영동 기자
금주 구역으로 지정된 뒤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모습. 김영동 기자

“보소. 얼마나 좋은지. 술 취해 소리 지르는 사람도 엄꼬, 여기저기 쌓였던 술병이랑 음식물 포장지도 안 비고.”

밤마다 취객에게 점령돼 ‘술변공원’으로 불렸던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에 ‘금주 조례’(건전한 음주문화 환경 조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시행된 지 3개월이 지났다. 지난 9일 저녁, 공원에서 만난 주민 이지은(45)씨는 공원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참 좋다”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산책과 달리기를 하는 시민들 사이로, 광안대교를 바라보며 준비해 온 도시락을 먹는 가족 나들이객들이 눈에 띄었다. 이씨는 “남편, 아이들과 밤바다를 구경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자주 나온다”고 했다.

금주 구역으로 지정된 뒤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모습. 김영동 기자
금주 구역으로 지정된 뒤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모습. 김영동 기자

민락수변공원이 금주 구역으로 지정된 것은 지난 7월1일. 수영구의회의 금주 조례가 시행되자, 많은 주민이 반겼다. 부경대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주민·관광객·상인 등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민락수변공원 통합적 조사분석 연구용역’에서도 금주 구역 지정에 찬성 의견이 64%로 나타났다.

가시적인 변화들도 나타나고 있다. 금주 구역 지정 뒤 쓰레기 배출량이 절반 정도로 줄었다. 지난해 7월 30t, 8월 35t이었는데, 올해 7·8월 각각 14t에 그쳤다. 각종 사건 신고 접수도 줄었다. 이곳을 담당하는 광민지구대에 들어온 112 신고는 지난해 7~9월 6239건(7월 2124건, 8월 2213건, 9월 1902건)이었는데, 금주 구역으로 지정된 올해 같은 기간엔 5812건(7월 1970건, 8월 1927건, 9월 1915건)으로 줄었다.

금주 구역으로 지정된 뒤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모습. 김영동 기자
금주 구역으로 지정된 뒤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모습. 김영동 기자

민락공원의 금주 구역 지정 뒤 공원 등 공공장소를 ‘무알코올 지역’으로 지정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4일 어린이공원 1100여곳을 금주 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조례 제·개정안 101건을 공포했다. 대구 북구는 지난 8월 공원 8곳을 금주 구역으로 지정한 데 이어, 지역 내 모든 공원을 금주 공원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강원도 삼척시와 홍천군도 이달부터 도시공원 등을 금주 구역으로 지정해 운영한다. 부산시 공원정책과 관계자는 “금주 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고 명시한 국민건강증진법에 근거해 공공장소 음주 문제에 골머리를 앓던 여러 지자체가 동참하고 있다”고 했다.

금주 구역으로 지정된 뒤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모습. 김영동 기자
금주 구역으로 지정된 뒤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모습. 김영동 기자

하지만 공원 주변 상인들은 아우성이다. 금주 공원 지정 뒤 방문객이 줄면서 상가 매출도 덩달아 줄었기 때문이다. 수영구 집계 자료를 보면, 지난해 7월 19만9천여명, 8월 17만9천여명이었던 방문객 수는 올해 7월 10만3천여명, 8월 11만여명으로 집계됐다. 실제 9일 저녁 민락수변공원 근처 회센터에는 손님 한명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한산했다. 음식점으로 쓰이던 일부 상가에는 “세놓는다”는 안내글이 붙어 있었다. 공원을 찾아온 시민들이 술과 안줏거리를 사던 슈퍼마켓도 문을 닫았고, 편의점 역시 이른 시각임에도 불이 꺼져 있었다.

상인들은 영업난을 호소하며 비상대책위를 꾸렸다. 김기옥 비상대책위원장은 “금주 구역 지정 뒤 가게 10여곳이 문을 닫았다. 남은 상인들도 폐업 위기를 겪고 있다”며 “우리 상인들이 앞장서 공원을 청결하게 관리할 테니, 상권을 살리고 공원도 살리는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최규환 동아대 교수(관광경영학과)는 “공원 한쪽 공간을 술과 회 등을 즐길 수 있는 음주·취식 공간으로 지정하고 지자체와 상인이 함께 관리하는 등의 유연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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