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통합신공항 시설 배치 문제를 두고 대구시와 의성군이 벌인 갈등이 이번엔 대구시와 구미시의 전면전으로 번졌다.
대구시는 최근 구미시에 구미5국가산업단지 유치 업종 변경 때 낙동강 하류 지방자치단체에 주어진 ‘업종 제한 동의권’을 적극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대구시는 지난 6일 구미5국가산업단지에 수질오염물질 배출을 막는 무방류시스템을 입주 기업들이 도입하게 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어 국토교통부와 한국산업단지공단에는 구미국가산단 유치 업종 변경 때는 대구시와 협의를 거쳐야 하며, 유해물질 배출 업종이 입주를 시도하면 대구시가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시의 이런 움직임은 물환경보전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법의 제33조는 ‘취수시설이 있는 지역 및 상류 지역에서 배출되는 수질오염물질로 인해 주민의 건강·재산 등에 중대한 위해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면 관할 시·도지사의 의견을 듣고 배출시설의 설치(변경)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구시는 “입법 취지를 종합적으로 해석하면 상류 지역에서 오염물질 배출 가능성이 있는 경우 하류 지역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동안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던 하류 지역 동의권을 적극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시의 이런 조처는 통합신공항에 찬성했던 의성 주민들이 신공항 시설 배치에 반발하며 강경한 목소리를 내게 된 원인이 구미시에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최근 구미시는 통합신공항과 연계한 물류단지 조성과 구미-군위 고속도로 건설 추진 계획을 독단적으로 발표해 대구시의 반발을 샀다. 대구시는 민항 터미널이 들어서는 군위군에 화물터미널을 짓고 의성군에는 물류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입장인데, 느닷없이 구미가 물류단지 유치 계획을 발표하면서 의성 주민들이 신공항 사업에 반대하게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지난 10일 기자실을 찾아 “느닷없이 구미에서 물류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하니, 의성군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구미시가 신공항 문제까지 끼어들려고 하는 걸 보니 고약하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는 구미시장을 향해 “대구·경북 100년 미래가 달린 신공항에 분탕질하고 있다”며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구미시도 대구시를 향해 반박하고 나섰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1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큰 도시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자치단체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혼자 모든 것을 독차지하겠다는 독불장군에 지나지 않는다”며 홍 시장을 겨냥했다. 김 시장은 “의성 물류단지를 구미에 유치하고자 신공항을 분탕질하며 탐욕을 부린다는 발언은 전혀 근거가 없다. 다만 현재 대구·경북 항공수출입액의 80%가 구미국가산단에서 발생한다. 의성 물류단지와 구미국가산단을 연계·지원하는 구미산단 자체 물류시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철우 경북지사는 15일 “항공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공항에 화물터미널을 2개 이상 배치하는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사업은 대구 군공항(K2)과 민간공항을 대구 군위군과 경북 의성군 경계 지역으로 이전해 새로 짓는 사업이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