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8월9일 홍수로 낙동강물이 갑자기 불어났으나 4대강 사업으로 건설한 보가 물 흐름을 방해하는 바람에 경남 창녕군 이방면 합천창녕보 상류 260m 지점의 낙동강 본류 둑이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터졌다. 터진 둑의 오른쪽은 낙동강 본류이고, 왼쪽은 물에 잠긴 농경지이다. 사진 오른쪽 멀리 합천창녕보가 보인다. 최상원 기자
“우리가 겪은 재난을 한눈에 찾아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다면 국민 안전의식 향상과 정책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경남연구원은 17일 정책소식지 ‘지-브리프’를 통해 “국가 차원의 재난안전단지 구실을 할 안전기록관을 경남에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경남연구원은 “우리는 크고 작은 재난을 반복해서 겪고 있지만, 재난 발생 이후 물리적 복구에만 치중할 뿐 재난 발생 과정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것에는 인색하다. 그러나 재난을 겪은 이후 재난 상황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은 재난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은 재난을 기록해서 당시를 반성하고 성장한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1995년 효고현 한신·아와진 대지진을 겪은 일본은 ‘호쿠단 지진재해 기념공원’을 조성하고, 지진피해가 극심했던 고베항에 ‘메모리얼 파크’를 조성해서 지진의 위험성을 알리는 학습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2001년 9·11테러를 겪은 미국은 무너진 세계무역센터 터에 ‘국립 9·11테러 메모리얼 박물관’을 세워 국민 안전의식 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곳은 연간 300만명 이상 관광객이 방문하는 관광자원으로도 활용된다.
경남연구원은 “국가기록원 또는 행정안전부 산하 안전기록관 신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전국 7곳에 국민안전체험관이 있는데 이를 안전기록관으로 승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며 안전기록관 설립을 지자체가 아닌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또 안전기록관의 위치는 경남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한반도에서 경남은 많은 태풍이 상륙하는 등 지리적으로 재난에 가장 취약하다. 2003년 태풍 매미 때문에 경남에선 18명이 숨지고 6천여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마산항에는 당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추모공원이 조성돼 있다. 또 국가하천 11개, 지방하천 671개 등 전국에서 가장 많은 682개 하천이 있어 홍수 피해도 크다”고 설명했다.
하경준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학습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재난을 기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수많은 재난 상황이 인터넷에 공유되지만, 모두 분절적이고 체계화되어 있지 못하다. 우리도 이제는 재난의 기억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관리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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