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원청업체인 한화오션에 의한 470억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취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박완수 경남도지사에게 요청했다. 최상원 기자
원청업체인 한화오션(옛 대우조선)의 470억원 손해배상청구 소송으로 고통받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한화오션에 소송취하를 요구하고,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박완수 경남도지사에게 요청했다.
한화오션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로 이뤄진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21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화오션은 오직 노조 탄압 목적의 470억원 손배소송을 취하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또 박완수 경남도지사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하기 위한 면담요청서를 민원 접수창구인 열린도지사실에 냈다.
앞서 지난해 여름 옛 대우조선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51일 동안 파업투쟁을 벌였다. 이에 대해 옛 대우조선은 하청노조지회 간부 5명을 대상으로 470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대우조선을 인수한 한화오션은 이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재판은 지난 9월23일 첫 기일에 이어, 21일 두 번째 기일이 진행됐다.
노조는 간접고용 노동자의 교섭권 보장, 쟁의행위 탄압 목적의 손해배상과 가압류 금지 등을 핵심내용을 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에 되돌아갔다. 다시 의결하려면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당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현 21대 국회에서 통과는 불가능하다.
하청노조지회는 지난달 27일부터 한화오션 사내에서 ‘470억원 손해배상 소송 취하 촉구 서명운동’을 시작해 20일 기준 1531명의 서명을 받았다. 하청노조지회는 서명운동의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 6월27일 경상남도 사회대통합위원회도 “한화오션이 손배소를 취하하도록 경상남도가 노력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경남도에 전달했다.
김형수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지회장(오른쪽)은 21일 470억원 손해배상청구 소송 취하를 위해 박완수 경남도지사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하기 위한 면담요청서를 열린도지사실에 냈다. 최상원 기자
하청노조지회는 “조선업이 다시 호황을 맞았다지만 조선업 생산의 80%를 하청노동자들이 담당하고 있다. 하청노동자들의 처우는 전적으로 원청업체에 달려있다. 희망과 미래가 보이는 조선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하청노동자의 실제 사용자인 원청업체와 하청노동조합이 제도적으로 노사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470억원 손배소송 문제에 있어 기계적 균형자 역할을 할 것이 아니라, 고통받는 하청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호사 32명으로 이뤄진 하청노조지회 소송대리인단 소속 최경아 변호사는 “실제 받을 수 없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은 하청노동자들을 길들여 노조활동을 위축시킬 목적의 사적 보복에 나선 것이다. 한화오션이 손배소송을 취하한다면 지역에서 신뢰받고 노사 상생을 위한 첫 활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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