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운항하는 크루즈 선박 중 가장 큰 보이저 오브 더 시즈호(아래)가 지난 2014년 6월 부산 컨테이너 전용부두인 감만부두에 입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박이 부두에 배를 댄 뒤 출항 때까지는 필수 시설 유지를 위해 전기를 스스로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선박은 벙커시유 등을 원료로 사용해서 발전기를 돌린다. 이 과정에서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미세먼지(PM) 등이 많이 나온다. 1만3000TEU(6m 길이의 컨테이너 크기를 부르는 단위)급 컨테이너선박이 부산항에 1차례(약 21시간) 정박할 때 황산화물 0.83t, 질소산화물 0.32t, 미세먼지 0.016t이 배출된다고 한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4월 항만지역 등 대기질 개선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어 새해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항만지역과 지역 주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이 목적이다. 대통령이 정하는 기준치를 초과하는 황을 함유한 연료 사용 금지와 기준치를 초과하는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의 입항 금지, 육상전원공급설비 의무 설치 등이 주요 골자다.
부산항만공사는 2일 부산항 북항과 신항에 접안한 선박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육상전원공급설비(AMP. Alternative Maritime Power supply)를 2022년까지 설치한다고 밝혔다. 육상전원공급설비는 항만에 정박할 때 선내에 필요한 전기를 육상에서 공급해 연료유에서 발생하는 배출가스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앞서 부산항만공사는 지난해 4~12월 120억원을 들여 부산항 신항 3·4부두에 육상전원공급설비를 설치하고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3·4부두 육상전원공급설비는 3·4부두 각 2선석씩 모두 4선석이 이용할 수 있다. 다음달부터 상업 운영에 들어간다. 부산항 신항은 6개 부두에 23선석이다.
부산항 북항 재개발 1단계 구역에도 육상전원공급설비가 들어선다. 부산항만공사는 새해부터 2022년까지 300억원을 들여 북항 재개발 1단계 구역 안 2만t이상 카페리 선박과 5만t 이상 크루즈선박이 정박하는 9개 선석에 육상전원공급설비를 설치한다.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크루즈선박 3선석,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카페리 선박 3선석, 부산항 연안여객터미널 카페리 선박 2선석, 전기추진선 1선석이다.
부산항 신항의 육상전원공급설비 배전반. 이곳의 전기를 케이블을 통해 해상 선박에 전달한다. 부산항만공사 제공
육상전원공급설비는 대기오염물질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장점이 있지만 전기요금이 벙커시유 등을 사용하는 것보다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선박회사에서 육상전원공급설비를 꺼리는 이유다. 이 때문에 육상전원공급설비의 전기요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부산 신항은 당분간 기본 전기요금을 면제하려고 한다. 육상전원공급설비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전기요금 인하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