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여성 직원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사퇴를 선언한 오거돈 부산시장. 연합뉴스
23일 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여성 직원 성추행 사건 내사에 착수한 경찰이 지난해 불거졌던 오 전 시장 미투 의혹 사건도 들여다보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사퇴선언 뒤 행적이 묘연한 가운데, 민주당은 ‘총선 전에 알고 있지 않았냐’는 야당 주장을 강하게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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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내사 진행중…시민단체 고발도 부산경찰청은 24일 “여성청소년과를 중심으로 전담 수사팀을 꾸려 강제추행 시점 등 기초 사실관계 확인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적용 여부 등 법적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피해자와 지원단체인 부산성폭력상담소에 당사자 직접 고소 여부를 타진하고, 경찰관 3명으로 피해자 전문 보호팀으로 편성해 2차 피해 방지에 나섰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불거진 오 전 시장의 또 다른 미투 의혹과 관련해서도 사실관계 등을 확인하고 있다. 당시 한 유튜브 채널에서 오 전 시장이 전 부산시청 여성 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오 전 시장은 ‘소가 웃을 가짜뉴스’라며 해당 유튜브 진행자 3명을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바 있다.
주목되는 건 피해자 진술 확보 여부다. 강제추행 등 성범죄는 2013년 법 개정으로 피해자 고소나 처벌의사 확인 없이도 처벌할 수 있게 됐지만, 실제 처벌을 위해서는 피해자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성범죄는 특성상 제3의 목격자나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물증이 없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를 대리하는 부산성폭력상담소 쪽은 “피해자가 고소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일단 피해자를 추스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위법 사항이 확인되면 엄정 조처할 예정이다. 경찰은 내사와 별개로 피해자 쪽에서 고소하면 곧바로 수사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 내사 대상이 된 오 전 시장은 23일 오전 11시 사퇴 기자회견 뒤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이튿날 관사(남구)나 자택(해운대구) 어디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부산시 관계자는 “며칠 전부터 관사의 짐을 하나둘 빼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오 전 시장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 범죄 사실이 밝혀지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일벌백계의 엄벌에 처해달라”며 이날 오 전 시장을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직권남용 등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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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총선 전 알았다? 사실무근”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없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서 최대한 빨리 윤리위원회(윤리심판원)를 열어서 납득할 만한 단호한 징계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며 거듭 사과했다. 당 지도부는 27일로 잡힌 오 전 시장 제명을 논의할 윤리심판원 회의를 주말로 앞당겨 달라고 요청하고, 여성운동가 출신인 남인순 최고위원을 주축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다만 ‘총선 전에 사건을 알고도 은폐했다’는 미래통합당 주장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전재수 부산시당 위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3일 아침 오 시장 전화를 받고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윤호중 사무총장도 <불교방송>(BBS) 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에 나와 “부산시당 보고를 받고 처음 알았다. 총선 전에 알았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김영동 김광수 김원철 이재호 기자
yd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