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남구청장 후보. 왼쪽부터 김석겸(더불어민주당)·서동욱(국민의힘)·김진석(진보당) 후보
4월7일 울산에서는 남구청장 재선거와 울주군의원(범서·청량읍)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남구청장 재선거는 2018년 당선된 김진규 전 구청장(더불어민주당)이 선거 때 공보물에 허위학력을 기재하고 선거사무원 등 4명에게 선거운동 대가로 1400만원을 제공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지난해 8월 대법원에서 징역 10개월이 확정돼 구청장직을 잃으면서 치러지게 됐다.
인구 32만여명으로 울산에서 가장 큰 기초단체이자 정치·행정중심지인 남구는 보수 성향이 우세한 곳이지만, 지난 지방선거 때 ‘문재인 바람’을 타고 민주당이 처음으로 구청장을 당선시켰다. 이번 재선거에서 민주당이 수성할지, 국민의힘이 수복할지 관심을 끈다.
구도는 3자 대결로 짜였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부구청장과 구청장 출신을, 진보당은 구의원 출신을 후보로 내세웠다.
김석겸 민주당 후보는 김진규 전 구청장 구속 당시 부구청장으로, 구청장 권한대행을 맡았다. 9급에서 시작해 36년간 공직에 있다가 지난해 6월 2급(이사관)으로 퇴직했다. 박영욱 시당 홍보소통위원장, 이미영 시의원(전반기 부의장) 등과 공천 경쟁에서 승리한 김 후보는 ‘행정 경험이 풍부한 힘있는 집권여당 후보’라는 점을 강점으로 내건다. 그는 “울산시나 중앙정부와 긴밀한 협력 아래 코로나19와 일자리 문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경영난 등 여러 현안을 누구보다 책임감 있게 해결해 나갈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서동욱 국민의힘 후보는 2018년 지방선거 때 재선에 도전했다가 낙선한 전직 구청장이다. 구의원부터 시작해 시의원 재선을 거쳐 구청장까지 올랐던 그는 이번에 6번째 선출직 도전이다. 당내 경쟁자가 없어 단독 공천을 받은 그는 ‘구청장을 맡아본 전문성 있는 행정역량’을 내세운다. 그는 “이번 선거 당선인은 인수위를 꾸릴 여유도 없이 바로 구정을 책임져야 한다”며 “그동안 구청장 부재 속에 발생한 여러 문제와 혼란을 바로 수습하고 지역발전의 전기를 마련하겠다”고 자신했다.
김진석 진보당 후보는 1998년 지방선거에서 구의원에 당선된 경력이 있다. 하지만 그 뒤 국회의원과 구청장 등 8차례 선거에 출마했다가 모두 떨어졌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등 지역 시민·사회·노동운동 단체들의 지지에 기대를 걸고 있다.
‘노동자·주민과 삶의 현장에 늘 함께한 생활 정치인’을 자임하는 김 후보는 “거대 보수 양당의 무능하고 부패한 기득권 정치에 실망하고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시민들과 함께 힘을 모아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세 후보는 모두 코로나19 이후 어려워진 지역경제 살리기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하지만 김석겸 후보는 일자리 문제 해결, 서동욱 후보는 지역 상권 살리기, 김진석 후보는 서민경제 회생과 부양에 각각 방점을 두고 있다. 재난지원금과 관련해서는 김석겸·김진석 후보는 보편적 지원을, 서동욱 후보는 선별적 지원을 내세우고 있다.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돌고래 문제를 두고서도 김석겸·김진석 후보는 자연 방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반면 서동욱 후보는 “수족관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도 살아남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울산환경운동연합과 핫핑크돌핀스 등 환경·동물보호단체들은 고래생태체험관의 큰돌고래 4마리를 모두 바다로 돌려보내자고 주장한다.
남구 최대 이슈인 야음근린공원 개발과 관련해서는 세 후보 모두 각자 목소리를 낸다. 공해차단녹지 구실을 해오던 야음근린공원은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으로 공원시설에서 해제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임대주택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개발계획 무효와 공해차단 도시숲 조성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김석겸 후보는 “차단녹지 조성에 4000억원 예산이 든다. 엘에이치가 사업을 하면 (이런 부담 없이) 70%가 녹지로 조성된다”며 현재 계획안에 찬성한다. 서동욱 후보는 “엘에이치 대신 울산도시공사가 사업을 맡고, 이익도 울산에 환원하는 게 맞다”고 강조한다. 반면, 김진석 후보는 “공해차단 도시숲을 조성해 시민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며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각각의 약점은 상대 후보로부터 공격을 받는 빌미가 된다. 김석겸 후보는 민주당 귀책사유로 재선거가 치러진다는 점이 약점이다. 그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하지만 집권여당으로서 주민의 어려운 삶을 나 몰라라 할 수 없다”고 했다.
서동욱 후보는 2015년 구청장 재직 때 울주군 두동면의 울산외곽순환고속도로 예정지 부근 땅을 매입한 일이 걸린다. 그는 “고속도로 노선이 결정되고 난 뒤 예정지에서 직선거리로 2㎞ 이상 떨어진 곳의 임야를 매입했다. 투기와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울주군의원 후보. 왼쪽부터 김기락(더불어민주당)·박기홍(국민의힘) 후보
박정옥 당시 군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7월 지병으로 숨지면서 치러지는 울주군 나선거구(범서·청량읍) 보궐선거는 청량읍 체육회장 출신인 김기락 민주당 후보와 범서읍 체육회장인 박기홍 국민의힘 후보 맞대결로 치러진다. 나선거구는 유권자 수(6만6천여명·지난해 총선 기준)가 울주 전체 유권자(18만6천여명)의 36%를 차지하는 울주군 최대 선거구로, 현지에서는 지난해 총선 때 울주군에서 맞붙었던 서범수 의원과 문재인 정부 관세청장 출신인 김영문 민주당 지역위원장 사이의 대리전 양상을 띤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신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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