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부산교대 본관 앞에서 부산교대 학생들이 부산대와 통합에 반대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대와 부산교대가 진통 끝에 지난 19일 대학 통합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부산교대 재학생·졸업생 등은 “교육대학 특성을 무시한 통합”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학령인구 감소 탓에 촉발된 대학들의 통합 움직임과 이에 따른 갈등은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부산대·부산교대는 20일 “전날 통합을 위한 서면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말했다. 애초 부산교대 본관에서 양해각서 체결식을 열려 했지만, 부산교대 구성원들의 강한 반발에 부닥쳐 식을 열지 못했고 결국 서면으로 대신했다. 양해각서는 공동추진위원회를 꾸린 뒤 △통합 교육비전 수립 △미래 종합교원양성체제 방향 모색 △부산교대 캠퍼스 교육 허브 조성 등을 추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두 대학은 2019년 5월 협력기반 혁신공동체 추진 업무협약을 맺었고, 그해 12월 부산대가 부산교대를 교육 특화 캠퍼스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마련했다. 6월부터 학내 의견 수렴을 거쳐 합의서 체결 계획을 세웠고, 부산교대는 지난달 30일 교수회의에서 통합 논의를 의결했다.
두 대학의 통합 모색은 학령인구의 급속한 감소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출생아는 27만명으로 10년 전보다 20만명이나 줄었다. 만 18살 학령인구도 지난해 51만2000명에서 올해는 대학 입학정원(49만2000명)보다도 적은 47만6000명으로 줄었다. 상황은 서울에서 먼 지방일수록 심각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자료를 보면, 올해 대학들의 신입생 충원 미달에 따른 추가모집 규모는 2만6129명으로 지난해(9830명)보다 두배 이상 많았는데, 91%가 거점 국립대를 포함한 지방대에서 나왔다.
부산 이외 지역에서도 대학들의 통합 움직임은 활발하다. 제주대와 제주교대는 2008년 통합해, 제주교대는 ‘제주대학교 교육대학’으로 바뀌었다. 경남 진주에서도 경상대학교와 경남과학기술대가 지난달 2일 통합해 경상국립대학교가 됐다. 강원에서는 강원대와 강릉원주대가 지난 2월 ‘강원도 1도 1국립대학 캠퍼스별 특성화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통합 추진에 들어갔다.
그러나 진통도 크다. 부산교대 총동창회와 재학생 등은 통합에 강하게 반발했다. 현영희 부산교대 총동창회장은 “대학 통합은 교대의 본질을 왜곡하고 초등교육 전문성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3만명의 동창과 전국 교대동창회 등과 연대해 서명운동을 펼치고 총력 저지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강원대와 강릉원주대 통합과 관련해서도 학생들이 “학생 의견은 묻지 않고 두 대학 교직원끼리 찬성해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는 글을 지난 3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앞서 제주대와 제주교대 통합 과정에서도 학생들이 제주 시내 곳곳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학사일정을 거부해 집단 유급 직전까지 가고, 학생과 교수 사이 갈등이 빚어지는 등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쳤다.
경기 안성 한경대와 장애인 전문 고등교육기관인 평택 한국복지대도 지난 1월 교육부에 대학통합신청서를 냈지만, 안성시와 지역 정치권은 “안성 주민이 땅을 기부해 키워낸 대학을 평택으로 이전하려는 ‘밀실 통합’”이라며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교육부는 대면심사와 실사를 거친 뒤 다음달께 통합 여부를 확정 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동 허호준 박수혁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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