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한국전쟁’들: 평화를 위한 비주얼 히스토리
강성현 지음/푸른역사·1만7900원
사진1은 더글러스 맥아더 태평양전쟁 미군 최고사령관이 군 수뇌부와 함께 미 7함대 스트러블 제독의 배를 타고 월미도로 향하는 모습이다. 맥아더와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전형적인 이미지 중 하나다. 이 장면은 연출된 것이다. 맥아더는 전장에서도 전속 사진병을 대동해 자신을 중심으로 기록사진을 남기도록 했다. 맥아더의 이런 사진 활용은 그가 ‘한국전쟁의 영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몫을 한다.
사진2는 영국 종군사진가 B. 하디가 촬영한 것이다. 미군의 네이팜탄 폭격으로 피해를 입은 한 노인이 어디론가 걸어가고 소녀가 뒤따라가고 있다. 그 뒤로 연기가 올라오는 인천 시가지의 모습이 보인다. 미군 사진병의 사진들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다. “미군 사진병의 임무는 미군을 숭고한 구원자로 기록, 재현하는 것이었지, 무차별 파괴자의 면모를 드러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작은 ‘한국전쟁’들>은 강성현 성공회대 냉전평화연구센터장이 한국전쟁의 다양한 주제를 다룬 글들을 엮었다. 한국전쟁 관련 스틸사진 70여 장과 영상 캡처 사진 10장, 만화, 포스터, 지도 등 각종 이미지 자료를 활용해 ‘비주얼 히스토리’를 표방한다. 국가, 전투, 군인 중심의 서사를 넘어 민간인, 피란민, 여성, 아이, 포로의 입장에서 전쟁의 참상과 고통을 부각시키려 한다. 특히 전자는 적극적인 시각화를 통해 강조되고, 후자는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사각화’되는 양태를 분석한다.
제주4·3 ‘오라리 방화사건’ 영상의 문제점, 사상검찰의 성장, 흥남철수의 실상, ‘전쟁영웅’ 백선엽의 민낯, ‘빨치산 소탕작전’의 이면, 피란민의 현실, 국군 귀환포로들의 최후, 남북정부가 저지른 민간인 학살, 유엔군·한국군 ‘위안부’의 존재, 판문점의 탄생, ‘부역자’를 만들어낸 끊긴 다리 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사진 푸른역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