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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다른 군대’를 위해 던져야 할 질문들

등록 2021-07-02 04:59수정 2021-07-02 09:32

여자도 군대 가라는 말
김엘리 지음/동녁·1만4000원

여성 징병 문제는 우리 사회의 뜨거운 논쟁 거리 중 하나다. 지난 4월 올라온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시켜 달라’는 청와대 청원에는 29만이 넘는 사람들이 동의하기도 했다.

<여자도 군대 가라는 말>은 여성 징집을 둘러싼 논란의 역사와 쟁점들을 정리한 뒤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더 나은 논쟁의 방향은 ‘여성’이 군대에 가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군대’는 갈 만한 곳인가다. 젠더 갈등이 아니라 ‘군대’가 논의의 초점이 되어야 한다.”

지은이는 최근 쏟아져 나오는 여성징병제 주장은 여성혐오와 사회적 박탈감이 촉발시킨 측면이 있다며, 필요한 것은 ‘청년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그 말(‘여자도 군대 가라’)에는 억울함, 보복, 성 대결, 성평등 등 여러 감정들과 주장들이 얽혀 있지만, 각각의 것들이 태동한 맥락은 사라진 채 그 해법은 여성징병제 제도화로 모인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논란은 청년 정책의 부재를 고심 없이 쉽게 메꾸려는 정치적 성격이 짙다.”

‘여성의 군 참여=성평등’이라는 등식도 현실과 어긋난다고 말한다. “똑같은 기회를 갖는다고 해서 성평등이 자동으로 이뤄지지 않음을 우리는 노동시장과 정치계에서 이미 봤다”는 것이다. 여성 군인들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여전히 군대 내에서 작동하고 있는 성차별, 재생산되고 있는 성 역할을 드러내기도 한다.

지은이는 ‘여성이 군대에 가면 성평등이 실현되는가’라는 틀을 넘어 다른 질문을 해보자고 제안한다. ‘전쟁 준비와 군사 활동은 할 만한 것인가’ ‘군대와 군사안보, 국가를 서로 연계 짓는 사유 틀을 다르게 숙고할 여지는 전혀 없을까’ ‘국가안보가 반드시 군사안보여야 하는가’ ‘시민들의 안전한 삶을 위해 국가와 군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같은 질문들 말이다. 안보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면 군사활동의 성격이 변하고, 군인의 역할도 다양해질 것이다. 지은이는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국민이 되기 위해 군대에 간다는 것은 가부장이 지은 국가와 군사의 집에서 그 규칙을 따르는 것과 같다”며 “시민권을 시민의 역량과 권리의 차원으로 접근하면서 군 복무를 대체할 무엇을 상상한다면 선택지는 확장될 것”이라고 말한다.

군의 변화는 시민사회가 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달려 있다. 군대를 성평등하고 비폭력적이며 다양성이 존재하는 곳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민간 영역에서 젠더 다양성과 민주성을 선취해야 한다.”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성평등 정도가 높은 스웨덴은 군대 역시 성평등을 이뤄내며 여성징병제를 실행하고 있다.

“군과 시민사회가 상호작용하면서 군사적 가치가 시민사회를 압도하기보다는 시민사회의 다양성과 비폭력, 탈군사화 가치가 군을 장악해야 한다. 그래서 군사 활동을 죽임과 정복보다는 시민 공공사업으로 전환할 궁리를 해봄 직하다”고 지은이는 결론 내린다. 여성징병제에 앞서 군에 관해 말하는 공론장을 만들자는 것이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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