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 구루 데바, 옴”(Jai Guru Deva, Om)
비틀스 선율을 따라, 산스크리트어 주문에 맞춰, 드넓은 우주가 펼쳐지는 것만 같습니다. 우주를 가로지르며(Across the Universe), 미끄러지듯 쏟아져 들어와 나를 붙잡고 어루만지는 것은 말(Words)입니다. 백만개의 눈이 춤추듯 부서지는 빛이 나를 부를 때, 바람처럼 떠돌아다니는 것은 생각(Thoughts)입니다. 우주를 생각하면 아득해지기도 하거니와 138억년이라는 억겁의 시간을 떠올리면 한없이 너그러워지기도 합니다.
우주의 형상과 원자의 모습이 닮은 것은 우연일까요? 거대한 우주와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의 세계가 공유하는 동질성을 느끼며 비틀스의 노래를 들었습니다. 사람이 작은 우주라는 메타포는 적절합니다. 우주들이 모여 거대한 우주를 구성합니다. 광대함과 미세함이 병존하는, 가볍고도 무거운 존재가 사람일 것입니다.
인간 존재의 힘을, 책 속에서 목격하게 됩니다. 책에 담긴 이야기들이 발휘하는, 말과 생각의 힘입니다. 우주마다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려는 존귀한 시도가 책인 셈입니다.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란 없습니다. 밤하늘을 가득 메운 별들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야 비로소 눈에 가득 들어차듯, 일상과 주변에 산재하는 이야기를 알아채기 위해 곁을 고요하고 어둑하게 유지하는 게 필요합니다. 광활하고 무궁한 시공간의 한 점에서 또다시 책을 펼치며, 오늘의 밥과 일, 사람과 사랑에 귀기울입니다.
존 레넌이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노랫말을 지은 것은, 아내 신시아의 끝없는 이야기를 들은 뒤라고 합니다. 침대맡에서 몽롱한 가운데 쏟아지고 흘러드는 말들을 떠올리며 생각을 적어내려갔고, 그것이 우주를 노래하는 가사가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이의 이야기가, 우주의 진동-‘옴’이었던 것입니다.
김진철 책지성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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