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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미래를 위한 더 많은 질문과 이야기들

등록 2021-07-16 05:00수정 2021-07-16 09:59

[책&생각] 정혜윤의 새벽세시 책읽기

는 왜 SF를 쓰는가: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 사이에서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양미래 옮김/민음사(2021)

내가 처음 마스크를 낀 시민들을 본 것은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을 일으킨 3·11 동일본 대지진 취재차 일본에 갔을 때였다. 그때 대부분의 도쿄 시민들은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에스에프(SF)적으로 침울해 보이던지 나는 어두운 미래 세계의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감정을 느꼈었다.

지금은 우리 모두 마스크를 끼고 있다. 가끔은 이런 질문도 든다. ‘계속 이렇게 살면 우리는 서로가 누구인지를 어떻게 알게 될까?’ 마거릿 애트우드는 디스토피아 3부작으로 불리는 <오릭스와 크레이크> <홍수의 해>를 쓰고 난 뒤 대체 어떻게 그렇게 영감 넘치는 소설을 쓰게 되었는지 질문을 꽤 받았던 듯하다. 나도 만날 수 있다면 꼭 물어보고 싶다. “어떻게 지금 우리가 사는 모습—자주 손을 씻어야 하고 백신을 맞아야 하고 서부 캘리포니아 지역은 기후위기로 불타오르고 그 지역에서 기후난민이 속출하고—을 그렇게 미리 본 것처럼 적었어요?”

애트우드의 대답은 요약하면 이렇다. ‘소설의 주제가 곁에 있었던 것은 로마클럽이 기후위기에 대해 경고한 1972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그러나 그것이 <오릭스와 크레이크>를 쓰기 시작한 2001년 신문 1면의 뉴스는 아니었다. 스토리텔링이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많은 사람들이 자문하게 되는 질문들을 통해 구현되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대체 우리는 이 행성을 얼마나 망가뜨려 버린 것일까? 인간의 내면을 얼마나 깊이 파헤쳐 볼 수 있을까? 종 전체가 자기 구원을 위해 애쓰는 상황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그것은 어떤 모습일까? 한 가지 더, 유토피아적 사고는 대체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이 질문을 던지게 되는 이유는 유토피아적 사고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은 너무나 희망에 차 있는 종이므로.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 좋음이란 것이 있는 한 언제나 나쁨이란 쌍둥이가 존재할지 모르나 인간에게는 더 좋음이란 다른 쌍둥이도 있다.’

그녀의 대답을 듣고 보니 <오릭스와 크레이크> <홍수의 해>가 바로 그런 질문들 위에 구축된 ‘이야기’가 맞다는 생각이 든다. <오릭스와 크레이크> <홍수의 해>는 디스토피아 소설 같지만 글 안에는 인류 전체의 구원을 위해 애쓰는 이들이 있고 너무나 소수인 그들의 노력은 잘 풀리지 않을 것이 뻔해 보이는데도 믿을 건 그들밖에 없다. 그들에게 마음을 실어줄 수밖에 없다. ‘좋음’과 ‘더 좋음’에 대한 꿈을 버리기는 힘들다. ‘나쁨’의 다른 쌍둥이 ‘더 나쁨’도 있다는 식으로 살고 싶지는 않으므로 점차 많은 사람이 던질 것으로 추정되는 질문을 몇 개 꼽아봤다. ‘거리두기가 인간성과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뭘까?’ ‘친밀감이란 단어는 어떻게 변할까?’ ‘기본 소득 논의가 한쪽에 있고 다른 한쪽에는 글로벌 자산가들이 있는 코로나 자본주의는 앞으로 우리를 어떤 사회에 살게 만들까?’ ‘불평등을 계속 외면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저 생존한다 말고 살아 있다는 기쁨은 어떻게 느끼게 될까?’

지금 현재 우리에게는 미래의 관점에서 보는 이야기가 거의 없지만 누구나 진정으로 알고 싶은 것은 자신의 미래다. 진정으로 만나고 싶은 것도 좋은 미래다. 방법은 하나뿐이다. 미래를 위한 더 많은 질문과 더 많은 이야기들이 나와야 한다. 한 새로운 시대 앞에는 항상 새로운 이야기가 있었다.

<CBS>(시비에스)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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