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B] 책거리
새벽잠 설치다 어스름 녘 창문을 열었습니다. 훅 끼쳐오는 습한 공기 냄새와 매미 울음이 뭉친 공감각이, 여름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음을 새삼 알리고 있었습니다.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 소리에 묻힌, 아직 노래 아닌 무엇이 떠올랐습니다. “숨 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다”는 “타전 소리”가 이명처럼 울려오는 듯했습니다. 나희덕 시인이 노래한 ‘귀뚜라미’는 어딘가에서 가을을 기다리고 있겠죠.
시끌벅적한 매미 소리인 양, 알아봐 달라는 외침들이, 자화자찬의 인정 투쟁들이 이물스럽게 여겨집니다. 인간이 일궈온 숭고함이란 어디로 사라져 가는 것일까, 때로 비관하게 됩니다. 그러나 김덕영 선생의 진중한 작업은 누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생각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매미 소리 가득한 곳에서 묵묵히 내딛는 걸음걸음에 응원을 보태고 싶습니다.
마지막 ‘책&생각’을 알리자 여러 ‘동지’들이 호응했습니다. 우려하기도 안타까워하기도 했으며, 어리석음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들려왔습니다. “‘책&생각’이 한겨레 종이신문을 구독하는 커다란 이유였다”는 권성우 선생의 찬사이자 질타도 귓전을 때렸습니다. 뜻밖의 호응들은 마음 깊은 곳에 차곡차곡 담겼습니다.
책을 다루는 별지 섹션이 한국 언론에서 모두 사라진 오늘, 우리는 다시 겸허하게 시작합니다. 약빠른 돈의 논리가 세상을 호령하는 오늘, 우리는 그저 묵묵히 읽고 씁니다. 묵묵히 쓰고 읽어 살아내는 이들을 응원하는 보루가 되려 합니다.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지,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 가는 노래일 수 있을지 새로 고민하며, 드높은 가을 하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시, 시작하고 있습니다.
김진철 책지성팀장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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