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BOOK]
남편 저주로 무쇠 구두 신은 여인
왕의 처벌에 유리 왕좌 갇힌 공주
둘이 나눈 위로 “넌 잘못 없어”
폭력적 마법 이겨내는 사랑 이야기
남편 저주로 무쇠 구두 신은 여인
왕의 처벌에 유리 왕좌 갇힌 공주
둘이 나눈 위로 “넌 잘못 없어”
폭력적 마법 이겨내는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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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말 엘모타르 지음, 이수현 옮김, 김유 그림 l 창비 l 8800원 <유리와 철의 계절>은 잔혹동화들이 생각나는 청소년소설이다. 표지 그림부터 궁금증이 일어난다. 깎아지른 유리산 꼭대기 의자에 위태롭게 앉아 있는 여자와 그 미끄러운 유리산을 오르는 곰 가죽을 뒤집어쓴 여자. 두 사람에겐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곰 가죽을 뒤집어쓴 태비사는 무쇠 구두를 신고 여행 중이다. 일곱 켤레의 구두가 닳도록 걸어야 하는 저주에 걸렸다. 무쇠 구두는 발의 상처를 연료 삼아 강 위도 걷고, 산맥도 넘게 해준다. 신발 하나가 닳는 데 1년이 걸린다. 이제 세 켤레가 남았다. 아미라는 몇 년째 구혼자들을 피해 유리산에 앉아 있다. 왕좌 비슷하게 만들어진 꼭대기에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배고픔, 추위 따윈 마법이 해결해준다. 사랑한다며 구혼하던 남자들은 유리산을 오르다 번번이 미끄러져 떨어지고, 그들은 아미라에게 온갖 욕과 저주를 퍼붓는다. 유리산을 발견한 태비사가 아미라를 만난다. 외롭던 두 사람은 산꼭대기에서 함께 지낸다. 어느 덧 편안해진 둘은 이야기를 나눈다. 태비사는 낮에는 곰, 밤에는 인간이 되는 남자와 결혼해 행복했다. 하지만 남자는 말과 행동이 폭력적으로 변했다. 끝내 남자는 태비사에게 무쇠 구두의 저주를 내린다. 아미라는 공주였다. 아름다운 미모로 남자들의 구애가 끊이지 않자 아버지가 산꼭대기에 아미라를 가뒀다. 서로의 이야기에서 폭력과 모순을 발견한 두 사람은 “넌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어”라며 위로한다. 그리고 마법의 빈틈을 깨고 함께 유리산을 내려온다. 소설은 높은 성에 갇힌 공주, 가족을 대신해 고난을 떠맡는 여성 등 익숙한 동화적 설정을 가져와 여성 폭력을 폭로한다. 이야기에 담긴 메시지가 묵직하지만 88쪽 짧은 분량과 그림을 더해 술술 읽힌다. 창비가 “동화에서 읽기를 멈춘 청소년기 독자에게 소설로 나아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만든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 23번째 책이다.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그린 <엄마의 이름>(권여선 작가, 22번째), 기계와 인간이 공존하는 시대의 더 촘촘해진 차별을 그린 <우리 미나리 좀 챙겨주세요>(듀나, 24번째)도 함께 나왔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그림 창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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