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인 착복의 세계와 떼인 돈이 흐르는 곳
남보라·박주희·전혼잎 지음 l 글항아리 l 1만5000원 용역, 파견 등 간접고용의 폐해는 한국 사회의 가장 심각한 노동문제 중 하나로 거론된다. 그러나 원청업체의 책임과 노동자들의 고통에 비해 용역·파견업체(이하 용역업체) 자체의 문제를 다룬 기사나 연구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중간착취의 지옥도>는 원청과 노동자들 사이에서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용역업체의 ‘중간착취’를 파고든 책이다. 간접고용 노동자 100명을 인터뷰해 이들의 열악한 노동 현실과 이를 조장하는 중간착취의 실상을 그려내고 있다. 올해 초 <한국일보>에서 연재한 기획취재 기사에 살을 보태 책으로 펴냈다. 간접고용 노동자는, 일하는 곳은 원청이지만 소속은 용역업체다. 근로계약도 용역업체와 맺는다. 사용주(원청)-고용주(용역업체)-노동자로 구성되는 ‘삼각 고용’ 구조다. 간접고용 노동자는 34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용역업체 직원으로 일하다 2018년 산업재해로 사망한 고 김용균씨의 경우, 용역업체가 원청에 제출한 ‘도급비 산출 내역서’상 그의 직접 노무비(인건비)는 522만원이었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월급명세서에 찍힌 실지급액은 211만7427원이었다. 김씨의 사망 사고를 조사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 노동안전조사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는 용역업체가 원청에서 받은 노무비 중 실제로 노동자에게 지급한 것은 47~61%에 불과하다고 추정했다. 39~53%를 용역업체가 중간에서 가로챈 것이다. 2017년 서울 지하철 2호선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사망한 ‘구의역 김군’ 역시 서울메트로가 용역업체에 지급한 인건비는 240만원이었지만, 실제 받은 월급은 144만6000원이었다. 근로기준법 제9조는 중간착취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용역업체의 인건비 가로채기는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도급계약서에 인건비가 얼마로 적혀 있든, 용역업체는 노동자와 맺은 근로계약서에 적힌 돈만 주면 되기 때문이다. 결국 많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월급은 100만원대에 갇혀 있다. 인터뷰 대상 노동자 100명 중 월급제로 급여를 받는 노동자 86명 가운데 43명의 월급이 100만원대였다. 200만원대 월급을 받는 노동자는 34명, 300만원대 월급을 받는 노동자는 9명이었다. 이런 현실을 시정해야 할 국회와 정부는 관련 법안의 개정에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은이들은 보도 이후 ‘중간착취’라는 단어 사용이 확산되고 있는 현상을 현실을 바꿀 ‘첫걸음’이라고 부르며 희망을 잃지 않는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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