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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거리] 리즈 시절, 추자, 가을

등록 2021-09-03 04:59수정 2021-09-03 09:52

2011년 9월의 한겨레신문 피디에프(PDF)를 찾아봤습니다. ‘리즈 시절’ 자랑하기 바람이 일각에서 부는 터에, 10년 전 오늘이 궁금해진 까닭입니다.(10년 전 이미 마흔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만….) 아, 당시, 저는 섬에 있었던 것입니다. 추자(楸子). 가을 추에 나무 목 변이 붙었으니 맞춤한 계절이었네요. 이에스시(esc)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 신문 책면이 끝나고 만나게 되는 그 ‘esc’ 말입니다. 낚시 특집이었고, 전 팀원이 총출동해서 힘껏 놀면서(!) 취재하여 지면을 만들었죠.(esc는 그래야 합니다)

그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토요판을 만들기 위해 esc를 폐지하겠다는 결정에 맞서 투쟁(?)하던 기억이 납니다. 이젠 토요판에 책면과 esc가 동거하고 있으나, 그땐 한지붕 세가족이 될 줄 몰랐습니다. 약빠른 이들의 잽싼 모습을 볼 때마다, 10년 전을 떠올리고 10년 뒤를 생각하며 숨을 고릅니다. 그때와 앞으로의 가을들은 어떠했고 어떠할 것인가를 가늠해봅니다. 10년 전의 기억도, 10년 뒤의 전망도 확신할 일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10년의 기억이 10년의 전망에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알 것 같습니다.

빗방울 하염없이 떨어지는 날 안도현을 읽고 조금 더 알았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가을엽서’ 중) 옛일을 기억하고 곱씹는 행위에, 앞으로를 짚어보는 일에, 낮음과 사랑을 겹쳐보면 어떨까요. 가을을 노래하는 시들과 함께, 짧아져만 가는 가을을 귀하게 여겨 만끽하는 것은, 10년 뒤를 위해 사랑과 낮음을 되새기는 일이겠습니다.

김진철 책지성팀장 nowhere@hani.co.kr

2011년 9월 추자도 후포 너머로 노을이 지고 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2011년 9월 추자도 후포 너머로 노을이 지고 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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