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결혼보험상품, 기발한 상상이기만 할까

등록 2021-09-03 14:06수정 2021-09-03 14:10

도서관 런웨이

윤고은 지음 l 현대문학 l 1만4000원

윤고은은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소설을 빚어내는 데에 능한 작가다. 하늘에 두 개의 달이 떠 있는 상황을 설정한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무중력증후군>, 재난 여행을 소재로 삼아 영국의 권위있는 대거상을 수상한 <밤의 여행자들>, 평양의 아파트를 남한 사람들에게 분양한다는 단편 ‘부루마블에 평양이 있다면’ 등이 대표적이다. 그의 신작 장편 <도서관 런웨이>는 결혼생활을 대상으로 삼은 보험상품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대학 시절 룸메이트였으나 멀어졌다 가까워졌다를 반복하는 안나와 유리. 도서관 통로를 런웨이 삼아 걷는 사진을 자신의 에스엔에스에 올리고 도서관에서 프러포즈를 받을 정도로 도서관을 좋아하는 안나가 동네 도서관에서 두툼한 결혼보험약관집을 발견한다.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고가에 거래된다는 그 ‘책’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일까. 어느 날 문득 안나가 실종된 뒤 유리는 그 책을 매개 삼아 안나의 행방과 그 책에 얽힌 안나의 비밀을 찾아 나선다.

결혼 준비 비용에 대한 환불 서비스, 기후 공감 특약, ‘고위험군’ 신청자를 대상으로 한 가입 자격 심사, 납입기간 동안 결혼을 하지 않을 경우의 환급 규정 등 결혼보험을 둘러싼 세목들은 웃음을 깨물게 하면서도 결혼의 본질에 관해 날카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책과 안나의 비밀에 관한 추리가 모두 끝난 뒤 안나가 유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속 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그 말 속에 이 소설의 주제도 들어 있을 것이다. “우리 그럼 눈이 녹기 전에 끌어안읍시다. 눈이 있는 동안만 가능한 것처럼 서둘러 끌어안읍시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