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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대중문화 테러리스트들과 나눈 취중진담

등록 2006-02-09 17:42수정 2006-02-12 15:54

김정환의 할 말, 안할 말<br>
열림원 펴냄. 9500원.
김정환의 할 말, 안할 말
열림원 펴냄. 9500원.
잠깐독서
어이 이봐요. 술 좀 줘. 끄윽. 니가 진지해서 문제냐, 천박해서 문제지. 술이 오를대로 오른 2차에서 후배에게 ‘안할 말’을 하고야 만 김정환은 쌍욕세례를 받고 ‘작살이 난다.’ 말짱한 정신으로 돌아와 한 ‘할 말’은, “나부터 그래” 자기반성이다.

인터넷신문 <프레시안> 연재물을 묶은 <김정환의 할 말, 안할 말>(열림원 펴냄)은 첫장부터 315쪽까지 술 내음과 질펀한 말잔치가 진동한다. 애주가 김정환 시인의 걸죽한 입담에 휘말린 이들은? ‘악성’ 전인권, 드라마 작가 박진숙, ‘고양이를 부탁해’ 오기민 감독, 푸른숲 김혜경 대표, 소설가 전경린, 탤런트 서갑숙, ‘풀하우스’ 표민수 피디, 무용평론가 채희완, 공연기획자 주홍미…. 남민전 사건이 없었다면 ‘딴따라’가 됐을지도 모를 홍세화도 불려 나왔다. 이들을 꿰는 코드는 ‘대중문화’. 말하자면 자본에 휘둘리는 천박성을 뛰어넘으려는 ‘문화 테러리스트’들을 취중 인터뷰한 것이로되 대중예술론에 가깝다. 김정환의 해박한 지식은 끝간데 없이 펼쳐지다가 필름이 뚝 끊기는가 하면, 장면전환이 되어 추신(ps)이란 형식의 ‘맨정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전인권에게서는 갈가리 찢겨 절규하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무시로 넘나드는 가창예술의 경지에서 “대중문화는 강력하며 영원하다”는 지론을 확인한다. 또 성체험 고백서를 발간한 서갑숙, 히로뽕 복용으로 공중파에서 퇴장한 황수정의 ‘사회적 물의’를 옹호하면서 유교적 성도덕을 예술적 성도덕으로 깨부수길 주문한다. 유영표, 김태홍, 채희완, 문부식편에서는 엄혹한 시절을 함께한 70년대 운동권의 ‘비사’가 흥미진진하다. 술안주에 섞인 육담은 덤.

월드컵이 삼켜버리고 지방선거 싹쓸이(2002년 6월)로 나타난 단순하고 획일화한 사회를 향한 그의 취중진담을 들어보자. “예술이 무엇에 미치고 무엇을 지향하는지 존재는 왜 슬픈지 따져야 하지 않겠니, 끄윽.”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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