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초대군수 배계주, 일본에 맞서 영토 보전 ‘고군분투’
황현 ‘매천야록’ 나오는 실존인물에 상상력 붙여 서사시로
황현 ‘매천야록’ 나오는 실존인물에 상상력 붙여 서사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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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릉군 울릉도. 울릉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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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광규 지음 l 천년의시작 l1만7000원 공광규의 서사시 <동해>는 매천 황현의 <매천야록>에 나오는 한 구절에서 비롯됐다. “8월에 왜놈들이 울릉도를 점거하자 도감 배계주가 왜국으로 가서 담판을 지었다.” 울릉도 초대 군수 배계주(1850~1918)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기울어 가는 나라의 ‘한 점 섬’ 울릉도와 독도를 지키려던 안쓰러우면서도 거룩한 선조들의 노력이 1만1천 행이 넘는 대작으로 응결되었다. 서해 작은 섬 소야도에서 태어난 배계주는 울릉도 도감을 거쳐 초대 군수가 된 인물. 그는 중앙 정부의 외면 속에 일본 어민들과 도벌꾼들, 심지어 경찰의 노골적인 침탈에 맞서 울릉도와 독도를 지키고자 고군분투하며 그 과정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재판을 벌이고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 영토라는 일본 정부의 공식 인정을 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나라가 힘을 잃고 국권이 송두리째 적의 손아귀에 넘어가는 망국의 흐름 속에 관리 한 사람의 애국충절만으로 상황을 바로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바다직박구리와 칼새와/ 노랑할미새가 오고/ 긴 다리로 황로가 다녀가는 석도// 서쪽 섬 경사 풀숲을 걸어 내려오는데/ 검은 바다제비 한 마리/ 쇠무릎에 걸려 죽어 있다// 불길한 조짐에 갑자기 모골이 송연하다/ 구미와 러시아와 일본이 쳐 놓은/ 열강의 쇠무릎에 걸린 대한제국이 상상되었다” ‘석도’라 불리기도 한 독도를 감찰하던 배계주가 발견한 죽은 바다제비는 대한제국의 운명을 상징하는 듯했다. 거꾸로 말하자면 바다제비와 독도와 울릉도를 지키는 것이 곧 대한제국을 지키는 일이었다는 뜻이 되겠다. “당시는 조선이 쇠하고 일본이 강성해지면서 대부분의 지식인들이 부일과 친일로 기울었던 시기입니다. 그런데 배계주는 중과부적인 상태에서도 조국 강토를 지키고자 고군분투를 했어요. 나라가 어떻게 망해가는가, 그런 상황에서 관리들의 처세는 어떠했고 어떠해야 하는가를 이 사람을 통해서 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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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광규 시인. 천년의시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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