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혁 지음 l 휴머니스트 l 2만원 <모두를 위한 의료윤리>는 의료윤리학자이자 연세대 치과대학 교수인 지은이가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논쟁적인 의료윤리 이슈들을 정리한 책이다. ‘의료윤리’는 “환자와 보호자, 의료인이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살피고, 각 의료적 쟁점의 다양한 맥락을 검토한 뒤 내리는 ‘인간의 건강과 삶에 대한 윤리적 판단’이자 ‘최선의 선택’”이라고 정의된다. 논의되는 쟁점들은 연명의료 중단과 안락사, 임신중절, 치매 돌봄, 감염병과 윤리, 유전자 조작, 보건의료와 정의, 의료 정보 공개, 환자와 의료인의 관계 등 여덟 가지다. 지은이는 각 쟁점들의 역사적 배경과 제도를 살핀 뒤,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필요한 이론이나 원칙을 소개한다. 문학작품과 영화, 드라마 등의 이야기도 덧붙여 구체적 사례를 함께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돕는다. 가장 뜨거운 쟁점 중 하나인 연명의료 중단과 관련해 지은이는 다음과 같은 사례를 제시한다. 뱅상 랑베르는 교통사고를 당해 사지 마비, 미약한 의식 상태로 11년을 지냈다. 의료진과 뱅상의 아내는 그의 생명을 연장하려는 노력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연명의료를 중단하려 했다. 반면 뱅상의 부모는 아직 살아 있는 뱅상을 죽일 수는 없다며 맞섰다. 의료진과 아내의 입장은 “환자에게 위해를 끼쳐선 안 된다(고통을 주어선 안 된다)”는 원칙, 부모의 입장은 “환자를 살해해선 안 된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한다고 요약할 수 있다. 의료윤리는 이런 상황에서 이론적 탐구보다는 두 원칙 중 실제 어떤 것을 따를지를 여러 측면에서 고민해야 한다.
서울 한 요양원에서 어르신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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