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키득거렸습니다. 노태우씨 빈소를 찾은 최태원 회장에게, 한 기자가 고인과의 인연을 물었다는 소식을 듣고서였습니다. 서글펐지만, 그들의 옹서지간을 온 국민이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하면서도 이 정도는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기자들이 너무 바쁜가 보다, 미안해지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이가 암검사 양성을 받고 절망에 빠졌다는, 웃을 수 없는 이야기 말이죠. 양성(陽性)-음성(陰性)과 양성(良性)-악성(惡性)을 구분하지 못해서 벌어진 일입니다. 한국인의 문맹률은 1% 이하이지만 문해력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정치·사회 견해의 극단적 엇갈림이 이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심증을 갖고 있습니다.
독일과 일본에 눈이 갑니다. 2014년 60회 생일을 맞은 메르켈은 <대변혁> 저자인 위르겐 오스터함멜을 초청해 지인 1000명과 함께 역사 강의를 들었습니다. 메르켈은 엄청난 분량의 <대변혁>을 이미 읽고 저자를 초청했던 겁니다. ‘독서 대국’ 일본의 도쿄 지하철 찻간에는 문고판을 탐독하는 사람들이 그득했었는데, <독서와 일본인>을 보니 사라져 가는 풍경이라네요. 그래도 정보기술(IT) 강국 한국과 견주면 앓는 소리 아닐까요.
읻다가 펴낸 ‘서평 무크지’ <교차>를 매만지며 위안을 얻습니다. 사라져 가는 지식 공론장을 재건하겠다는 뜻에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독서만이 문해력 충만한 사회를 만듭니다.
김진철 책지성팀장 nowhere@hani.co.kr
‘지식의 교차로’를 표방하는 서평지 <교차> 1호를 펴낸 출판사 읻다의 김현우(왼쪽) 대표와 남수빈 편집자가 지난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교차>를 소개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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