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는 흔히 대학입학시험을 가리키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줄여서 ‘수능’이라고 부릅니다. 대학에서 공부할 능력을 평가받는 시험일, 수험생들과 부모들은 크게 긴장하고 불안하고 힘겨웠을 것입니다. 마땅히 치러야 할 통과의례로만 여긴다면 가벼운 위로 몇 마디 건넬 일이겠으나,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고 마음 한구석은 불편해옵니다. 힘내라고 잘 하라고 하기에는 무한 경쟁만 떠오릅니다.
도전이라고 생각해본다면 조금 달라질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도전의 주체이기도 하지만, 도전에 맞선 응전의 주체이기도 합니다. 영국의 문명비평가이자 역사가인 아널드 조지프 토인비(1889~1975)는 <역사의 연구>에서 ‘도전과 응전’의 논리를 제시했습니다. 이론 자체보다 관심이 가는 것은 토인비가 탐구를 이어간 배경입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 문명이 몰락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토인비는 역사 연구를 통해 문명이 흥망성쇠하는 조건을 따져봤습니다. 그의 연구행위는 도전에 맞선 응전이었던 것입니다.
감염병이 장악한 오늘날에도 역시 문명을 둘러싼 비관은 인류에게 도전이며 이에 맞서 응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우선 용기가 아닐까요. 결과 아닌 과정에서 배움을 얻고 이를 발판 삼아 지혜롭고 평화로운 세계를 향해 나아갈 마음을 먹는 용기 말이죠. 삶의 여정은 크고 작은 도전의 연속입니다. 두렵고 불안하고 귀찮고 숨고 싶은 상황은 쉬지 않고 닥쳐옵니다. 그럴 때마다 용기를 내기 위해 읊조립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덧없음을 깨닫게도 하지만, 시야를 넓혀 용기를 내게도 합니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지나가고야 맙니다.
김진철 책지성팀장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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