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수 지음 l 인물과사상사 l 1만6000원 불과 5년 전 전국 각지에서 촛불이 타올랐을 때만 해도, 한국 정치 지형은 일거에 진보 위주로 ‘재정렬’된 듯했다. 더이상 국민을 대표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한 대통령의 탄핵은 ‘주권재민’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확인시켰다.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 등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은 보수 진영을 멘붕에 빠뜨렸다. 하지만 당시에도 진보개혁 진영이 미처 알아채지 못한 새로운 움직임이 민심 저변에서 흐르고 있었다. 정치부에서 잔뼈가 굵은 박찬수 <한겨레> 대기자는 한국사회가 “좌우대립이 아니라 위아래의 대립, 울타리 안과 밖의 대결구도”로 바뀌고 있었다고 지적한다. 진보개혁 진영이 과거 “기층 민중에 대한 공감과 연대”에서 벗어나 점차 엘리트 집단으로 변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민주당은 더이상 “현실에 찌든 젊은 세대와 울타리 바깥의 미조직 노동자”들의 편이 아니었다. 이런 위-아래 대립 구도가 폭발적으로 드러난 것은 2019년 ‘조국 사태’였다. 검찰의 과잉수사를 비판하는 이들도 학력세습에 골몰한 행태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21대 총선 압승 이후 민주당의 오만한 행태는 분노의 연료가 되기에 충분했다. ‘진보-보수 구분이 의미 없다’는 말이 ‘엠제트(MZ) 세대’의 입을 빌려 공공연하게 터져나왔다. 대혼돈의 시대, 진보는 미아가 돼버렸다. 과연 진보를 어떻게 찾아올 수 있을까. 저자는 시민들의 직접 정치참여를 확대하는 ‘국민 입법제’ 도입과 함께 민주주의에 스며 있는 가치와 태도의 중요성을 짚는다. 관용과 자제의 정신. 현 집권세력에게 결여된 민주주의의 기본 자세 말이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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