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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 지음 l 교유서가 l 1만4500원 <산 사람은 살지>는 김종광(사진)이 기획한 시골 장편소설 시리즈 ‘면민실록’의 첫 작품이다. 김종광은 그간에도 자신의 고향 보령을 무대로 삼은 ‘충남 안녕시 육경면 역경리’ 주민들의 이야기를 꾸준히 소설로 발표해 왔다. 특히 작가 자신의 부모님이 주요 인물로 등장해서 독자들을 웃기고 울렸다. 어느덧 세월이 흐르고, 부친이 연년에 작고하시면서 어머니만 홀로 남게 되었다. <산 사람은 살지>는 그렇게 홀로 남은 어머니의 이야기를, 어머니가 주로 2010년부터 2013년 사이에 쓴 일기와 병치시키면서 들려준다. 작가 어머니의 실제 일기를 바탕으로 삼았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말이 서러워요. 당신 장례식 때 내가 수백 번 들은 말이 뭔지 아세요? 산 사람은 살아야 하니 밥 먹으라는 말이었어요.”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말은 듣는 이를 서럽게 하지만 결국은 수긍할 수밖에 없는 금언이기도 하다. 2019년 5월에서부터 이듬해 5월까지를 배경 삼은 소설에서 남편 김동창은 6월에 숨을 거두고, 홀로 남은 아내 이기분은 일기를 들추며 지난날을 회고한다. “저렇게 옹졸한 고집쟁이 남편을 만나 평생 마음고생하며 사는 나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다.” “진정 억울하다. 내 살아온 세월이. 무서운 남편을 만나 큰소리 한번 못하고 절절매면서 전전긍긍 살았는데 보기 싫게 망가진 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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