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단위로 돌아가는 ‘책지성팀’은 이제 세밑과 다름없습니다. 쉰 번가량 ‘책거리’를 하고 나니 한 해가 다 저물었습니다. 어김없이 ‘올해의 책’을 골랐고, 새해에 예정된 기대작들을 모아 살펴보고 있습니다. 눈앞은 아득했지만 닥치면 어떻게든 되더군요. 이왕이면 더 잘해야 할 텐데, 새해에는 더욱 힘을 내야겠습니다.
남은 연차휴가를 소진하며 소일거리도 조금 했습니다. 며칠은 책을 놓고 티브이도 들여다보는데 국악 ‘크로스오버’를 표방하는 방송을 보다 울컥, 감동했습니다. ‘본방 사수’는 못했지만 우리 정가와 판소리와 민요가 무척 아름답더군요. 같고도 다른 음률이 서로 얽히고설키고 경계를 넘나들며 어우러지고 변주되어 도드라지는 울림이 폐부를 찔렀습니다. 조화일 텐데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고 이해는 곧 배려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요. 다른 소리를 들으며 내 소리를 줄이고 내 소리를 내되 다른 소리에 맞춰보는 것, 그것이 하모니의 원리였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 오래 연결된 한 독자님의 글을 읽고 사진을 보고, 배려가 무언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사진을 보고 처음엔 깜짝 놀랐더랬죠. 동그랗게 말려 있는 검은 것이 무엇인가…, 머리카락 뭉치였습니다. 친절히 적혀 있는 설명을 읽으니, ‘어머나 운동본부’라는 곳이 있었군요. ‘어’린 암환자들을 위한 ‘머’리카락 ‘나’눔운동. 기부와 나눔도 뜻깊지만, 서너 해 건강한 모발을 유지하며 정성을 들이는 마음은 더욱 헤아리기 어려운 배려로 느껴졌습니다. 남을 향한 배려는 나를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는, 놀라운 진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침 성탄절입니다. 예수가 2000여년 전 가장 낮은 곳으로 임했다는 바로 그날, 전염병이 세상을 휩쓰는 가운데 맞이한 두 번째 크리스마스. 우리는 어떤 화두를 붙들고 있어야 할까요. 조화, 배려, 이해, 성찰, 용기, 투쟁, 열망, 연대…. 이런 개념을 추상으로 되뇌고 요동치는 마음을 다잡으며, 책지성팀의 한 해를 마무리합니다.
김진철 책지성팀장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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