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기대작] 교양
출판사 50여곳 기대작 꼽아보니
세대·부동산 등 우리 사회 분석
페미니즘·생태에도 여전한 관심
소외와 배제에 향하는 시선 값져
출판사 50여곳 기대작 꼽아보니
세대·부동산 등 우리 사회 분석
페미니즘·생태에도 여전한 관심
소외와 배제에 향하는 시선 값져
2022년 새해를 맞아, <한겨레>는 올 한 해 어떤 책들이 우리의 정신을 풍요롭게 해줄 것인지 미리 살펴봤다. 인문교양·학술·문학 등 다방면에서 활발하게 책을 펴내온 출판사 50여곳의 올해 출간 예정작을 모았으며, 문학과 학술 분야는 따로 정리했다. 책 제목이나 출간 시점은 유동적일 수 있다.
먼저 국내 저자가 나름의 관점에서 우리 사회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는 책들이 눈에 띈다. 청년세대, 20대, 엠제트(MZ)세대, 90년대생, 이대남, 이대녀, 586세대, ‘낀’ 세대 등 각종 신조어를 앞세워 우리 사회를 횡행하고 있는 ‘세대론’에 대해, 사회학자 신진욱(중앙대 교수)은 <그런 세대는 없다>(개마고원)에서 세대 간 착취·대립 관계는 정말 존재하는지, 왜 지금 이 시점에 각종 세대론이 범람하는지 등을 톺아볼 계획이다. 개마고원은 지역 격차 문제에 관심을 두고 여러 권의 저작을 써온 도시계획 전문가 마강래(중앙대 교수)가 ‘메가시티’ 해법을 제시하는 <메가시티가 뜬다>도 펴낼 계획이다.
<부동산 계급사회>(2008), <대한민국 정치사회지도>(2010) 등 우리 사회의 사회경제적 문제와 정치 사이의 괴리를 천착해온 노동운동가 출신 정치운동가 손낙구는 후마니타스에서 <조세 없는 민주주의>란 책을 펴낸다. 조세와 이를 둘러싼 계급 간 이해관계가 민주주의의 탄생 및 발전과 깊은 관계를 맺었던 서구와 달리, “출발할 때부터 조세가 민주주의 바깥에 존재”했던 한국의 현실을 짚는다.
논쟁작 <우리 안의 파시즘>(2000) 출간을 주도했던 역사학자 임지현(서강대 교수)은 올해 휴머니스트에서 <우리 안의 파시즘 2.0>을 펴낼 계획이다. 20여년이 흐른 지금, “이념의 진보성과 삶의 보수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리 안의 파시즘’의 현재를 다시 공론화하고자 한다.” 문학과지성사는 사회학자 김찬호가 비대면 공간이 확장되는 시대에 ‘얼굴을 마주한다는 것’의 의미를 사회심리학적으로 탐구하는 책 <보는 것과 보이는 것: 대면과 응시의 사회학>을 펴낸다. 대중문학 연구자인 이정옥(숙명여대 교수)이 쓴 ‘로맨스’에 대한 이론서 <로맨스라는 환상: 사랑과 모험의 서사>도 기대작. 인권 변호사 차병직은 바다출판사에서 펴낼 <헌법의 탄생>에서 영국·미국 등 8개 국가와 라틴아메리카·이슬람 등 2개 대륙에서의 헌법 탄생 과정을 통해 ‘지금의 우리’를 되돌아볼 계획이다.
소외되고 배제된 자들을 향하는 시선도 값지다. 연구활동가 우춘희는 직접 농업 현장을 누비며 인터뷰하고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열악한 노동·주거 환경, 인권 침해, ‘불법체류’ 위협 등에 내몰린 이주노동자의 삶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책 <나는 깻잎을 싸먹을 때마다 이주노동자를 생각한다>를 교양인에서 펴낼 계획이다. 나름북스는 빈민운동가 최인기가 쓰는 노점상 이야기 <가난의 도시>, 정치학자 채효정이 ‘숙의민주주의’, ‘혁신’, ‘포퓰리즘’ 등 이 시대에 자주 거론되는 개념어 50여개를 노동자·민중과 소수자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책 <몫 없는 사람들의 개념들>을 펴낸다. 삼인에서 펴낼 <새로운 세상의 문 앞에서>는 난민이었던 홍세화와 성소수자 이송희일 감독이 한국의 현실에 대해 거침없는 대담을 나누는 책이다.
메디치가 펴낼 <샌프란시스코 체제를 넘어서>는 한·중·일, 미국, 캐나다 학자들이 5년에 걸쳐 발표한 25편의 논문을 담은 노작으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국제적 시각에서 바라본 최초의 저서”라고 한다. 생각의힘은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중국 담당 선임국장인 러시 도시가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정책과 중국의 패권전략을 파헤친 책 <롱 게임>을 출간할 예정이다.
페미니즘·젠더 분야에서는 성폭력 생존자이자 활동가가 전국 법원에서 열리는 성폭력 재판을 찾아다니며 우리 사법 시스템이 성폭력을 다루는 방식과 문제점을 짚어낼 <그림자를 이으면 길이 된다>가 눈에 띈다. ‘피해자에서 생존자, 그리고 감시자가 된 마녀 D의 사법연대기’라는 부제로 동녘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3월 고 변희수 하사 1주기에 맞춰, 돌베개는 국내 저자의 그림 에세이 <다채로운 일상: 어느 트랜스젠더 이야기>와 영국 트랜스젠더 작가 숀 페이의 책을 번역한 <트랜스젠더 이슈>를 출간한다. <치유라는 이름의 폭력>은 페미니즘·장애학의 관점에서 한국 사회의 국가주의가 관련 정책, 사회운동과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 비판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미국 시러큐스대에서 여성·젠더학, 장애학을 가르치는 김은정의 저작으로, 후마니타스에서 출간된다. 나름북스에서 출간할 <일그러진 몸: 일터에서의 수치심, 연대, 그리고 여성의 신체>(캐런 메싱 지음)는 남성 중심으로 설계된 일터 환경이 여성의 신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분석한 책이다. 동아시아는 <이상한 정상가족>을 쓴 김희경의 <에이징 솔로: 여성이 홀로 나이들 때>,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을 쓴 하미나의 <젠더로 과학을 말하다> 등을 펴낼 계획이다.
생태·환경·기후 분야에서도 다양한 책들이 기다린다. 열린책들에서 펴낼 <생태의 시대>(요아힘 라트카우 지음)는 18세기 낭만주의부터 21세기 기후 문제까지 환경에 관한 역사를 폭넓고 깊이 있게 담아낸 책이다. 이 출판사는 나오미 클라인과 리베카 스테포프가 함께 청소년을 위해 쓴 기후변화 교과서 <모든 것을 바꾸는 방법>도 펴낸다. 이음은 지질학적 개념을 넘어 정의와 평등, 경제와 문화의 측면에서 ‘인류세’를 웅숭깊게 다루는 책 <진짜 인류세?: 다학제적 접근>(줄리아 토머스 외 지음)을 펴낼 계획. 글항아리에서 펴낼 <재생>에서 환경학자 폴 호켄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전세계에 퍼지고 있는 ‘되살리기’ 운동에 주목한다. 에스에프(SF) 소설가 곽재식은 어크로스에서 펴낼 <지구 시민을 위한 기후 교양 수업>에서 기후위기와 관련해 알아야 할 필수 지식을 알려준다. 과학 분야에서는 의사이자 사회학자인 니컬러스 크리스타키스가 ‘좋은 사회의 진화적 기원’을 다루는 <블루프린트>(부키), ‘우리 편’에 기우는 인간의 본성적 편향을 다룬 책 <우리편 편향>(바다출판사) 등이 주목된다. 세계 최초로 초대질량 블랙홀의 증거와 모습을 얻는 데 성공하기까지의 과정과 의미를 담은 책 <흑암 속의 빛: 블랙홀, 우주, 그리고 우리>(에코리브르)도 기대작이다.
역사 분야에선 올해도 두툼한 번역서들이 많이 나올 전망이다. 책과함께는 나폴레옹 전쟁이 유럽뿐 아니라 세계사적으로 어떤 영향을 줬는지 분석한 대작 <나폴레옹 세계사>(알렉산더 미카베리즈 지음)를 펴낸다. 서해문집에서 나올 <전쟁의 역사>는 전쟁사 전문가인 제러미 블랙의 최신작으로, 고대 세계에서 21세기 전쟁까지 관통하는 전쟁의 역사를 망라한다. 한길사는 서방과 동방의 유산을 모두 품었던 비잔틴 제국의 문명사를 다룬 책 <비잔티움 문명>(앙드레 길루 지음)을 펴낸다. 종교학자 카렌 암스트롱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신의 역사>도 교양인에서 출간 예정이다. 너머북스는 석가모니가 인도 북서도 간다라 지역의 이란인이라 주장하는 문제작 <그리스인 붓다>(크리스토퍼 벡위드 지음)를 기대작으로 꼽는다. 국내 저자의 역사책으로는, 18세기 한양 골목 곳곳에서 활동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18세기 한양>(안대회 지음)이 출간 예정이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으로 유명한 만화가 박시백은 휴머니스트에서 출간할 <고려사>(전 5권 예정) 시리즈를 시작한다. 이슬람 전문가인 이희수(한양대 교수)는 오리엔트 지역의 신석기 시대부터 제1차 세계대전까지 열다섯 제국과 왕국의 흥망성쇠를 엮은 오리엔트 역사서 <인류 본사>를 휴머니스트에서 펴낼 계획이다.
지난해 2월 작고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을 기리며, 돌베개는 구중서·김도현·방동규·손호철·유지현·유홍준 등 1960년대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백기완과 함께 활동했거나 활동의 주요 내용을 기억, 증언하는 이들의 글을 모은 추모 산문집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백기완 선생과 나>를 펴낼 예정이다. 김영사는 최규하·노무현·김대중·김영삼·노태우 전 대통령, 이건희 삼성 회장 등 내로라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모셨던 ‘전통장례명장’ 유재철이 쓴 에세이 <대통령의 염장이>를 펴낸다.
사계절은 창립 40년을 맞아 강맑실 대표가 23개 동네책방을 찾아가 책방 일꾼들을 만나고 서점의 이미지를 직접 그리는 등 동네책방과 연대하는 마음을 담은 책 <동네서점 에세이>를 펴낼 계획이다. 알마는 그래픽노블 시리즈인 ‘공’을 시작한다.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김용관의 <신파>, 문보영의 단편소설을 이빈소연이 각색한 <하품의 언덕>이 1차분 두 권. 사회평론은 <난처한 미술 이야기>, <난처한 클래식 수업>에 이어, <난처한 동양미술 이야기>(강희정 지음)와 <난처한 경제 이야기>(송병건 지음)를 새롭게 출시한다. 을유문화사는 서양고전학자 김헌이 쓰는 <김헌의 그리스·로마 신화>, 신현준 등 대중음악 전문가들이 1960~90년대 한국 대중음악을 다룬 <한국 팝의 고고학>(전 4권)을 펴낼 계획. 마음산책은 올해 <보부아르의 말>,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말>, <카뮈의 말>로 ‘말’ 시리즈를 이어간다. 여성 연구자의 시각으로 한국 여성 첫 변호사 이태영의 삶과 변론을 쓰는 <이태영 논하다, 쓰다>도 기대작. 한길사는 캐리커처 작가 ‘아트만두’가 그린 인물 120점을 선별해 실은 <아트만두의 목표는 방구(防口)다>라는 책을 펴낸다. 르네상스 미술 전문가인 고종희는 카라바조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철저하게 분석한 책 <불멸의 화가 카라바조>를 한길사에서 펴낸다.
중국계 미국인인 에리카 리가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룬 책 <아시아인의 미국 만들기>(글항아리), 법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의 철학 에세이 <교만의 요새>(민음사), <위험사회> 이후 독일 인문학계의 최고 베스트셀러라 하는 안드레아스 레크비츠의 <단독자들의 사회>(새물결), 1919년 2·8독립선언이 동아시아 근대에 미친 영향을 재조명한 <동아시아 속의 2·8독립선언: 한중일 젊은이들의 만남과 꿈>(삼인), 지금 한국에서 주목할 만한 젊은 연구자들의 작업을 총서로 펴내는 ‘한편의 인문학 시리즈’(민음사), ‘자유의지’에 대해 상반된 견해를 지닌 두 거장 대니얼 데닛과 그레그 카루소의 치열한 논쟁을 담은 <응분의 대가: 자유의지를 논하다>, 통영의 동피랑을 벽화마을로 되살린 마을활동가 윤미숙이 전남의 섬들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한 활동을 담은 <가고 싶은 섬이 아니라 살고 싶은 섬을 만들고 싶었습니다>(남해의봄날) 등도 기대작으로 꼽힌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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