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렌트 허슈 지음, 정은주 옮김 l 마티 l 1만9000원 어쩐지, ‘젊음+질병’은 ‘청춘+죽음’보다 낯선 조합 같다. 차라리 요절은 인간의 비극적 운명, 곧 ‘필멸성’의 은유로 받아들여지지만, ‘젊음=싱싱함’이 당연시되는 사회에서 병에 찌든 젊은이의 삶은 상상하기 쉽지 않다.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젊은이는 자연스럽게 ‘마이너리티’로 전락하는데, 여기에 인종·성·계급 등에서의 소수자성이 겹쳐진다면(가령 흑인+퀴어+저소득층+HIV 보균자) 그가 숨 쉴 공간은 더욱 비좁아진다. <젊고 아픈 여자들>은 20대에 갑상샘암, 라임병 등을 얻은 여성 퀴어 작가가 수집한 젊은이들의 수많은 ‘삶’이다. ‘암은 사무실 문 앞에 두고 출근하라’는 냉혹한 상사의 말에 상처받은 사연, 데이트에 앞서 엉덩이에 거즈 패드를 끼우면서 불안해 하는 크론병 환자, 낭만적인 하룻밤을 보내기 직전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릴까 말까 고민하는 여성의 사례가 등장한다. 환자라는 사실이 연인에게 ‘짐’이 될까 봐 폴리아모리(독점 없는 다자간 사랑)를 선택한 경우도 있다. 사회는 젊은이들이 병과 싸워 ‘승리’하길 기대한다. ‘미스 아메리카’에 출전한 탈모증 여성이 모범 사례로 칭찬받는 이유다. 하지만 지은이가 보기에 이는 “인간의 몸이 병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가에 대한 편향된 기대”를 강화시킬 뿐이다. 우리가 아픈 젊은이들로부터 얻을 교훈은 사회는 정상-비정상이란 이분법으로 나뉠 수 없으며 다양한 스펙트럼의 인간들로 구성됐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는 단지 타인에게 관용을 베푼다는 의미가 아니라, 어차피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열쇳말이기도 하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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