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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도덕’이 된 마스크, 층간소음 속 ‘소리 시민권’…

등록 2022-02-04 04:59수정 2022-02-04 10:28

감각과 사물
한국 사회를 읽는 새로운 코드
김은성 지음 l 갈무리 l 2만원

코로나19 대유행의 시대,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써야 하고 동선 정보까지 제공해야 하는 등 개인의 자유가 공공의 이익을 이유로 좀 더 쉽게 제한되는 현실을 두고 논쟁이 일곤 한다. 이를 공동체주의와 자유주의 사이의 갈등 정도로 풀면 단순하겠으나, 아예 마스크나 동선 정보 같은 물질 그 자체가 ‘도덕’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과학기술학(STS)를 연구하는 김은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가 쓴 <감각과 사물>은 이렇게 “감각과 사물로 한국 사회를 말하는” 책이다. 화학에서 과학기술학으로 진로를 바꾼 지은이는 소음 갈등 연구로부터 점차 소리, 감각과 사물 연구로 나아갔다고 한다. “자연과 문화, 인간과 비인간, 토대와 상부구조, 미시와 거시 간의 이분법을 극복하려는” ‘신유물론’ 등의 영향이 두드러진다. 지은이는 전통적 사회과학에 그동안 외면해온 감각과 사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다른 한편에선 신유물론 등 새로운 물질문화연구를 더욱 정치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자기 작업의 중심에 경험연구들을 단단히 박아넣고 있는 점이 도드라진다. 코로나19 동선 정보 공개에 대한 ‘맘카페’ 회원들의 반응, 아파트 층간소음 기준 설정과 공동체 문화, 풍력발전과 무속신앙, 집회와 소음 측정, 농산물 경매 등 다양하고 독특한 현장 연구 사례들이 책에 담겼다.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였던 2020년 2월, 당국이 공개하는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정보를 지도와 함께 볼 수 있도록 제공했던 서비스. 코로나19 아래에 도덕은 마스크나 동선 정보 같은 물질의 형태로 구체화되었다. &lt;한겨레&gt; 자료사진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였던 2020년 2월, 당국이 공개하는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정보를 지도와 함께 볼 수 있도록 제공했던 서비스. 코로나19 아래에 도덕은 마스크나 동선 정보 같은 물질의 형태로 구체화되었다. <한겨레> 자료사진

인간의 감각은 그 사회가 규율하고 있는 방식과 직접 연결되어 ‘시민권’이 형성되는 데 영향을 끼치므로, ‘소리 시민권’이라는 개념 역시 가능할 것이다. 예컨대 아파트가 주된 주거 형식으로 자리잡은 한국 사회에서 층간소음 문제가 갈등 요소로 대두되었고, 이는 ‘어떤 소리가 층간소음이 되는지’ 기준을 만들고 측정하는 등 소리에 대한 사회의 규율을 요구한다. “층간소음은 소리 시민권과 함께 공동으로 생산”되며, 주민들 사이의 자율협약이나 기술관료주의적 규제 등 어떤 거버넌스를 택하든 감각의 규율을 피할 순 없다. 지은이는 “근대국가와 함께 탄생한 시민권은 시민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매우 이성적이며 인간중심적인 개념이지만, 사회-물질적 실천 속에서 형성되는 시민권은 감각적이며 물질적”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의 사회운동 역시 집회 현장에서의 돌, 화염병, 최루탄, 차벽, 촛불 같은 인공물들을 통해 분석될 수 있다. 정적인 형태인 촛불 집회가 차벽이라는 대응을 부른 것처럼, 물질의 상호작용에 주목하면 기존에 없던 접근과 풀이가 만들어진다. 지은이는 “다양한 관점이 가능할 때 사회 현상에 대한 보다 객관적 이해에 근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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