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책거리] 느리게, 의심하기

등록 2022-02-04 04:59

여론조사, 정말 믿을 수 없습니다. 엉망진창입니다. 돈 적게 들이고 클릭 수 뽑아서 조사회사·보도회사가 주목 받고 돈 버는 것, 그뿐이죠. <신호와 소음>(더퀘스트)을 쓴 네이트 실버가 떠올랐습니다. 야구 승부와 카지노를 맞춰서 유명세를 탄 미국 통계 전문가 실버는 2008년과 2012년 미국 대선을 정확히 예측했습니다. 심지어 2012년 대선 때는 선거구 538곳의 승패까지 모두 적중했습니다.

비결은 책 제목에 있습니다. 소음을 잘 걷어내고 신호만 제대로 취하려 애쓴 결과. 요컨대, ‘주관을 배제하고 사실만 보라,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서 예측을 지속적으로 수정하라.’ “미래를 붙잡으려면 신중하게 예측하고 그 결론의 불완전성을 인정하면서 새로운 정보를 끊임없이 모아야 한다”고 실버는 조언합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지 말라는 거죠.

이런 실버도, 트럼프 당선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신호와 소음> 개정판 서문은 실버의 반성문처럼 읽힙니다. 힐러리를 지지했던 실버는, 자신이 편향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시인합니다. 그러면서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을 거론합니다. 이 위대한 행동경제학 창시자는, 경험에 의존하여 빠르게 생각하기보다 기억에 기대어 느리게 생각해야 조금이라도 합리적일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실버도 ‘느리게 생각하기’를 성찰합니다.

<신호와 소음> 서문에는 저널리즘 이야기도 나옵니다. ‘역사의 초고’라 불리는 저널리즘, 초고는 대개 엉망진창이어서 그렇다는 힐난. 저널리스트나 전문가들이 의심의 여지 없이 뭔가 떠들 때는, 확신에 차 있을수록 의심하고 걱정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느리게, 그리고 의심하기. 일단 새해, 제가 쥔 격언입니다.

김진철 책지성팀장 nowher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해품달’ 송재림 숨진 채 발견…향년 39 1.

‘해품달’ 송재림 숨진 채 발견…향년 39

연말 ‘로코’가 몰려온다, 연애세포가 깨어난다 2.

연말 ‘로코’가 몰려온다, 연애세포가 깨어난다

김재중X김준수, 16년 만의 ‘동방신기’…가수도 관객도 울었다 3.

김재중X김준수, 16년 만의 ‘동방신기’…가수도 관객도 울었다

꽃으로 총을 꾸짖는 걸까, 천경자의 마법같은 붓질 4.

꽃으로 총을 꾸짖는 걸까, 천경자의 마법같은 붓질

[단독] 뉴진스-아일릿 표절 공방…3년 차이로 기획안이 ‘닮았다’ 5.

[단독] 뉴진스-아일릿 표절 공방…3년 차이로 기획안이 ‘닮았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