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철학자 진태원의 ‘윤리학’ 해설
10여년 시민 대상 강연 토대 삼아
유일한 실체 신에 대한 적합한 인식
행복·자유로 인도하는 이성의 역량
10여년 시민 대상 강연 토대 삼아
유일한 실체 신에 대한 적합한 인식
행복·자유로 인도하는 이성의 역량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내에 설치된 정치철학자 바뤼흐 스피노자의 동상. “국가의 목적은 자유이다”라는, <신학정치론> 속 문구가 적혀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진태원 지음 l 그린비 l 3만원 17세기 네덜란드 철학자 바뤼흐 스피노자(1632~1677)는 후대에 “야생의 별종”(안토니오 네그리)이라 불릴 정도로 서양철학사에서 독특한 사유를 펼쳤고, 시대 맥락에 따라 몇 번이나 새롭게 풀이됐다. 20세기 프랑스, 이탈리아 철학자들이 주도한 ‘스피노자 르네상스’의 영향 아래 정서(정동), 역량 등 스피노자 철학과 핵심 재료들은 현대 인문사회과학뿐 아니라 뇌과학 등 자연과학 분야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다만 스피노자의 사유를 집약한 대표 저작인 <윤리학>(1677)은 난해할 뿐 아니라 만족스럽지 못한 번역 등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책으로 여겨져 왔다. 서양 근현대철학을 두루 공부해온 정치철학자 진태원(성공회대 민주자료관 연구교수)이 최근 펴낸 <스피노자 윤리학 수업>은 이런 장벽을 최대한 낮춰 <윤리학>에 온전히 닿기 위한 길을 내어준다. 지은이는 스피노자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지난 10여년 동안 대학 바깥의 강의실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윤리학> 강의를 해왔다. 그 결과물 가운데 하나인 이 책은 지은이가 직접 번역한 원문으로 <윤리학>의 용어와 개념, 논리 구조 등을 풀어나가는, “쉬우면서도 충실한 개론서”를 지향한다. <윤리학>은 ‘기하학적인 순서에 따라 증명된’이란 부제처럼 정의, 공리, 요청, 정리와 따름정리 등 엄밀한 논증을 중심으로 하는 수학적 표현법을 채택하고 있다. 이처럼 수학적 논증을 통해 진리를 파악하고 설명하고자 시도한 대표적 사상가는 르네 데카르트(1596~1650)다. 16~17세기 서구 세계에서 일어난 자연철학의 비약적인 발전이 그 배경에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 이래 서양철학사에서 실체는 형상(eidos)과 질료(hyle)의 결합으로 이해되어왔으나, 데카르트는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을 엄격하게 분리한 뒤 물질적인 것을 기하학적 관점으로 설명해내려는 기획을 폈다. 스피노자 역시 기본적으로는 근대 과학의 기획을 공유하지만 데카르트의 한계를 지적하며 아예 스스로 닦은 새로운 길로 더 나아갔다. 스피노자는 신을 “절대적으로 무한한 존재자”라 정의한다. 이때 신은 기존의 창조주 또는 인격신 같은 존재가 아니며, 오늘날 ‘자연 그 자체’나 ‘우주’처럼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체계”에 가깝게 규정된다. 세상의 모든 존재자들은 다른 존재자들과 어떤 인과관계를 맺는데, 신만이 자기 자신을 원인으로 갖기에 신이다. 이 때문에 스피노자의 신은 “영원하고 무한한 ‘속성’들로 구성된” 유일한 ‘실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속성들에 따라 무한하게 많은 것들의 원인이 된다. 인간이나 동물, 사물 같은 개별적 개체들은 “다른 것에 의해 존재할 수 있으며 또 다른 것에 의해 비로소 인식”되므로 실체가 아니라 실체가 ‘변용’(affectio)된, 곧 신의 어떤 한 속성에서 따라 나온 ‘양태’(modus)들로 규정된다. 스피노자가 “독특한 실재”라고도 부르는 이 유한한 존재자들은 ‘나눌 수 없는’ 확고한 개체들이 아니라 “공동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다수”의 복합체다. 이들은 “동일한 운동과 정지의 관계”가 유지되는 한 동일한 개체로 유지되며, “자기 존재를 보존”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용하고 또 변용된다. 이들은 자기 존재를 보존하기 위한 역량을 자신의 원인이 되는 신으로부터 나눠 가졌는데, 이것이 바로 스피노자 철학의 핵심 개념으로 꼽히는 ‘코나투스’(conatus)다.
<스피노자 윤리학 수업>은 정치철학자 진태원(성공회대 민주자료관 연구교수)이 지난 10여년 동안 대학 바깥의 강의실에서 시민 독자들을 상대로 해온 <윤리학> 강의의 한 결과물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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